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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투쟁서 밀린 비운의 황태자

김정일 장남으로 후계자 입지 다져

1990년대 후반 '개혁·개방' 발언으로 김정일 눈 밖에

김정은 후계자 내정 이후 北 땅도 못 밟아

신변 위협 속 제3국 떠돌며 지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사진)이 피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출신에 대한 관심이 높다. 김정남이 한때 유력한 북한 권력 후계자였던 점을 볼 때 그의 피살 소식이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 작업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남은 1971년 5월10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여배우 성혜림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백두혈통으로 김정일의 권력 후계자로 꼽혔다. 1980년대 스위스 제네바 국제학교에서 유학했고 1995년에는 인민군 대장 계급장을 받으며 후계자의 입지를 다져갔다.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남은 북한의 IT 정책을 주도하는 조선컴퓨터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반면 재일교포 출신인 무용수 고영희가 낳은 김정은은 순수 혈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일성 주석에게 손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김정남과 김정은의 관계가 역전된 것은 1990년대 후반 김정남이 김정일의 눈 밖에 나면서부터다. 김정남이 북한 고위층 자녀들에게 “내가 후계자가 된다면 북한은 개혁·개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결정적인 문제가 됐다. 또 1996년 이모인 성혜랑이 미국으로 망명하자 그의 입지도 흔들렸다. 2010년에는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적발돼 중국으로 추방당했다. 이 일로 김정남은 김정일의 후계자 후보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이후 중국과 마카오에 머물며 무기 수출 총책임자 역할과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했다.

김정남은 2009년 1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후 북한에 아예 들어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수차례 김정남을 살해하려 했지만 김정일의 보호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과 고모부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김정남의 신변이 더욱 위험해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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