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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혈통 적자…'쿠데타 후 옹립' 잠재 위험 제거 차원인 듯

김정남, 김일성 장손이자 김정일 장남

최고권력 쥘 수 있는 형식적 자격 충분

김정은, 잠재 위험 싹 자르기 위해 제거 지시 가능성

북한 내부 동요 징후 또는 김정남의 망명 시도 있었을 수도

장성택 이어 친중파 제거하면서 북중관계 악화될 듯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현지시간 13일 오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사진은 2007년 2월 11일 베이징 공항에 나타난 김정남의 모습.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교가는 우선 김정은이 자신의 절대권력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아울러 김정은이 친중파인 고모부 장성택을 지난 2013년 처형한 데 이어 중국의 보호를 받아 외국 생활을 한 김정남까지 제거하면서 북중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백두혈통’의 적자 김정남=북한 내에서 쿠데타 등 권력에 대한 도전이 발생할 경우 그 주도 세력은 해외에 있는 김정남을 새 권력자로 옹립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그간 끊임없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정남은 김일성 가문을 일컫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적자다. 김일성 전 북한 국가주석의 장손이자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백두혈통의 권력 승계를 명문화하고 있어 김정남은 최고 권력을 쥘 수 있는 형식적 자격을 충분히 갖춘 인물이다.

이 때문에 북한 사회에서 이번 김정남 피살은 보통 일이 아니다. 2013년 장성택 처형보다 의미가 크다. 북한 사회에서 백두 혈통에 대한 살해라는 것은 쉽게 꿈꿀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이번 김정남 피살은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저항의 구심 될 가능성에 선제 제거”=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이 같은 선택을 했을까.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권력 내부에 저항 가능성이 있으면 구심이 될 수 있으니까 사전에 제거한 거라고 본다”면서 “김정남이 백두혈통의 장자니까 원천적으로 권력 엘리트들이 옹립할 가능성을 배제하도록 아예 싹을 없앤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고 해도 백두혈통의 적자이자 형을 제거하는 것은 여론 면에서 오히려 김정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김정남은 외국을 떠도는 생활을 오래 해 북한의 일반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서 “권력에 저항할 가능성이 있는 엘리트들에 대한 카드로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지시를 받아 암살을 실행한 조직은 북한의 정찰총국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그동안 북한 정찰총국이 김정남 감시를 맡아왔고 정찰총국은 요인 암살에 관여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남이 아버지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함께 1981년 8월 평양에서 찍은 가족사진. /연합뉴스


◇김정은에 대한 도전 징후 있었나=김정은이 그간 김정남의 해외 생활에 개입하지 않던 태도를 바꿔 이번에 손을 쓰면서 혹시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 등 권력 전복 시도 징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따른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현 정부 외교·통일라인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북한은 민중 봉기가 일어날 만한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 “엘리트들 역시 김정은의 철권통치를 두려워하고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어 쿠데타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같은 백두혈통이자 형을, 그것도 해외에 있는 사람을 갑자기 제거한 것은 잠재적 위험을 제거한 차원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내부 동요가 있었거나 김정남의 한국, 또는 제3국 망명 시도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해나가는 순서 중 하나로 김정남을 제거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근식 교수는 “김정은은 권력장악이 확고해지자 자신감을 가지고 저항의 여지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제거한 것으로 본다”면서 “권력장악의 마무리 수순”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에 대한 메시지 담았을 수도=김정남은 2013년 처형된 자신의 후견인이자 고모부인 장성택과 마찬가지로 친중파로 분류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의 보호를 받아온 인물이다. 2012년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뒤 김정남이 베이징과 마카오 등을 오간 것은 사실상 중국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장성택에 이어 김정남까지 제거한 데는 중국에 대한 메시지가 담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이 권력자가 된 후 북중 관계는 늘 불편했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북중 관계는 김정남 피살 이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맹준호·권경원·나윤석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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