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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잔혹해지는 김정은 체제...한미일 공조에 中도 채찍 드나

[北 미사일 도발 이어 김정남 암살, 긴장 고조되는 한반도]

인민일보 "북 소행 의심할만"

김정은 살해 지시 드러나면

인내심 한계 中 변화 가능성

미사일 도발에 美 강경대응

한미일 외교·군사협력 강화

北 맞설땐 긴장 최고조 달할듯





북한이 지난 12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14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일정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예상대로 김정은의 직접 지시에 의해 김정남 살해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질 경우 한미일의 규탄·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그렇지 않아도 껄끄러운 북중관계가 더욱 악화돼 북한의 고립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고립을 돌파하기 위한 협상 카드를 손에 쥐기 위해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매달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김정은 길들이기 나설까=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15일 김정남 피살 소식을 알리며 “조선(북한)의 소행으로 의심할 만하다”는 한 소식통의 발언을 전했다. 인민일보가 북한의 소행임을 단정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북한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 내의 기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김정남 살해가 김정은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으로 밝혀질 경우 북중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은 분명하다.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후 북한 내 친중파의 우두머리 격인 장성택을 2013년 처형한 데 이어 중국이 신변을 보호해온 김정남을 살해한 것은 중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태도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할 경우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제어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부터 이어졌지만 중국은 적극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서해에서의 대대적인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통해 중국을 군사·외교·통상 면에서 전방위 압박하면 중국은 미국에 대한 화해 제스처 차원에서 북한에 매를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량윈샹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김정남 피살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반감이 커지면서 동아시아 정세가 더욱 경색될 수 있다”며 “미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북제재의 또 다른 이유를 찾은 만큼 중국은 더욱 피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둘러싼 군사적 긴장 최고 수위로 상승할 듯=김정은 정권이 북극성 2형 도발에 이어 김정남 살해로 잔혹성을 또다시 드러내면서 남북관계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와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출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더 강력한 제재·압박 공조를 구체화할 방안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북한 정권의 잔혹성과 핵·미사일의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거듭 호소할 경우 북한도 이에 대응해 추가 도발 등 움직임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남북의 군사충돌 가능성이다. 당장 다음달에 열리는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에는 F-22 스텔스 전투기와 각종 전략 핵폭격기, 핵 추진 항공모함 등 미국의 전략무기가 총출동한다. 미국의 항모 전단이 서해에 진입해 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한은 매우 큰 문제(a big, big problem)이며 아주 강하게(very strongly) 다루겠다”는 뜻을 천명함에 따라 미국은 이번 훈련을 김정은 정권에 공포를 심어주는 계기로 활용하려고 할 게 분명하다. F-22를 평양 상공에 띄우고 동해상에 핵추진 잠수함을 전개하는 훈련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북한도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겠다는 뜻을 밝힌 터라 요격 등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훈련이 평소부터 미군의 서해 진입을 좋게 보지 않던 중국을 자극할 우려도 있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협력은 강화될 듯=한반도 정세가 이같이 요동칠 경우 한미일의 군사·외교적 협력은 보다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한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과 1대1 동맹을 맺는 양자 동맹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는 것이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전략적 목표가 된 후에는 다자안보동맹 또는 그에 버금가는 수준의 군사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으로 목표가 전환됐다. 그중에서도 한미일 군사동맹이야말로 미국의 핵심 목표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 정권에서 안보 분야 고위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한국과 일본이 군사동맹을 할 수는 없으므로 한미일 동맹은 절대 성립될 수 없다”면서도 “대신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고리로 한일의 협력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5년의 한일 위안부합의와 지난해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배경에 미국이 있다는 것은 공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추측하는 내용이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통해 최우선적으로 동북아에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MD 구축을 서두르기로 합의하고 일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포함한 MD 시스템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순환 또는 상시배치하는 방안도 연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은 세컨더리보이콧 등 추가적인 독자 제재를 각자 강화해 북한의 행동반경을 좁혀나가는 데도 공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맹준호·류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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