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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들’ 홍성 은퇴농장, 은퇴한 어르신들의 도시 떠난 새로운 삶





15일 방송된 KBS1 ‘사람과 사람들’에서는 ‘여기, 하숙생 구합니다!’ 편이 전파를 탔다.

올해 일흔 셋의 안연환 할머니는 요즘 매일 아침 농장으로 출근한다. 한 달 전, 태안을 떠나 홍성으로 이사 오면서 시작된 새로운 일상이다.

안연환 할머니와 함께 대파 파종작업이 한창인 농장의 일꾼들은 모두 예순 중반을 넘긴 어르신들. 최고령인 이문민(93) 할아버지부터, 작업반장 김기태(87) 할아버지, 제일 막내인 임광빈(66) 할아버지 등 여덟 명의 어르신들은 이 농장에 오기 전에는 농사라곤 지어본적이 없던 분들이다.

‘은퇴농장’이라는 이름 그대로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한 은퇴자들을 위한 농장인 이곳에서 어르신들은 인생의 새로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은퇴농장의 어르신들은 모두 원룸을 하나씩 얻어서 산다.

다섯 평 남짓한 원룸에는 침대와 TV, 냉장고와 작은 싱크대, 욕실과 세탁기 등 사는데 꼭 필요한 살림이 구비돼 있다.

한 달 월세 87만원이면 따로 공과금을 낼 필요 없이 삼시세끼까지 꼬박꼬박 제공되는 이곳은 그야말로 어른들을 위한 하숙집.

4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안연환 할머니는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지자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식들이 같이 살자고 했지만, 안연환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기대고 싶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 살기도 바쁘잖아요. 자식도 길러야 되고 부모도 돌봐야 되고 얼마나 힘들어요. 우리는 우리끼리 놀자, 자식들 피곤하게 하지 말고”

눈을 뜨면 할 일도 있고,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과 정도 나눌 수 있는 은퇴농장은 안연환 할머니가 홀로서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은퇴농장의 주인인 김영철 씨는 지난 1993년, 아내와 함께 이 농장을 꾸렸다.



자식에게 기대어 사는 걸 마음의 빚으로 여기는 친정 엄마를 보면서 홀로 되신 어르신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꾼 건 아내 박영애 씨였다.

삼시세끼 정성들인 식사와 병원 심부름 등 어르신들의 자식 노릇을 하며 지난 20여 년간 은퇴농장을 이끌어온 김영철, 박영애 씨 부부.

어느덧 입주 어르신들과 함께 늙어가고 있는 김영철 씨는 지난 달, 4년 간 암으로 투병하던 아내를 떠나보냈다.

혼자되신 어르신들과 같은 처지가 되고 보니 김영철 씨는 어르신들이 더욱 남 같지 않다.

농장에 사시는 백발의 하숙생들은 개성만큼이나 취미도 다양하다.

501호에 사시는 최고령의 이문민(93) 옹은 치매예방을 위해 독서를 즐기신다.

수지침 자격증을 보유한 701호 이재영(68) 할아버지는 입주자들의 건강을 돌보시고 802호에 사는 막내 임광빈(66) 할아버지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반려견을 키운다.

개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일도 하고 정도 나누고 각자 자기만의 공간에서 취미도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홀로서기라고 말하는 어르신들.

은퇴농장 어르신들의 황혼은 그래서 외롭지 않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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