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궤도식을 택했을까.’ 북한이 지난 12일 발사한 ‘북극성 2형’의 이동식 발사대(TEL)가 무한궤도 차량이라는 점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까지 북한의 TEL은 바퀴를 굴려 움직이는 장륜식이었다. TEL의 기동방식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전환한 이유를 파악하면 북한의 내부 사정과 탄도미사일 운용 전략을 보다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유사시 필요성이다. 북극성 2형의 행동반경, 항속거리, 순간 속도 등을 알고 있어야 유사시 한국의 선제공격 또는 반격이 가능하다.
북극성 2형의 차체가 차륜형과 같은 수준의 기동력을 갖고 있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위협적이다. 무엇보다 무한궤도식의 기동성이 장륜형보다 우월하다. 한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공격받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북한도 공격받게 돼 있다. 발사 직후부터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도로 외에서는 기동이 어려운 바퀴식보다 험지도 다닐 수 있는 무한궤도식이 유리하다.
반면 한국군 입장에서는 대응이 어렵다. 지금까지 발사 차량의 이동 속도와 주변의 도로 환경을 분석하면 도피한 지역을 추릴 수 있지만 무한궤도식이라면 도로뿐 아니라 발사장 주변을 샅샅이 탐색해야 한다. 선(線)을 따라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면(面) 전체를 수색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 셈이다.
다만 여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북극성 2형의 차체는 보기륜(전차 바퀴) 8개로 선군호 전차를 확대 개량한 것 같다”며 “북극성 2의 차체가 의외로 기동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소한 70톤 이상으로 보이는 북극성 2형의 거대한 덩치를 움직일 고출력 엔진 제작 기술이 없다. 김 연구위원은 “험지에서 급격하게 기동할 경우 미사일 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엔진 성능이 떨어지는데다 미사일 고장을 야기할 험지 주행은 가급적 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북한이 굳이 무한궤도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밀리터리 사이트인 밀리돔의 최현호 운영진 대표는 “중국이 각종 탄도미사일 운반 및 발사 차량으로 전용될 수 있는 민간 대형 트럭을 지난해부터 수출 금지로 묶은 것이 궤도식 발사대 제작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지켜볼 대목은 북한의 전차 개발 능력. 필요에 따라 불과 8개월여 만에 새로운 TEL을 개발할 만큼 설계 및 생산 가동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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