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되면서 다른 대기업에 대한 뇌물 수사 확대 가능성이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다. 검찰의 ‘수사 포기’ 방침 속에서 다소 안심하고 있던 SK와 롯데·CJ 등 관련 의혹 대상 기업들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특검은 당초 “기간을 고려하면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수사 확대 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다. 열흘가량 남은 수사 기간과 수사 결과 정리, 공소장 작성 등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면 새로운 혐의를 인지해 수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전히 특검의 수사 확대 가능성은 낮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그렇다고 다른 대기업 수사를 할 만한 여력이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기업 수사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수사 기간 연장’과 ‘검찰 수사 이첩’이다.
특검은 전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 기간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황 대행이 수사 기간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번 이 부회장 영장 발부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수사 여론이 강해질 경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 또한 약속한 대면조사를 미루며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터라 황 대행이 특검의 요구를 마냥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다. 특검 수사 기간이 연장되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이 1순위 타깃으로 꼽힌다.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더라도 특검 종료 후 관련 수사를 검찰이 이어받아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로 이첩되면 당장 수사가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차기 정부에서 언제라도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남기게 된다. 물론 그 이전이라도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수사 확대 여론이 높아지면 검찰이 특검의 ‘유업(遺業)’을 이어받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특검이 출연 대기업 가운데 삼성을 우선 수사한 것은 출연금이 가장 큰데다 ‘상징성’ 등을 고려한 결과다. 각종 민원 전달 의혹이 제기된 SK·롯데·CJ 등 대기업의 수사 확대가 어렵다고 밝힌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부족해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강요가 아닌 뇌물 성격이 있다는 점이 간접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앞으로 법원에서도 재단 출연금의 뇌물 성격이 인정된다면 검찰로서는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는 수사 단서를 확보해놓고 기다리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자칫 대기업 수사가 거듭 이뤄지면서 대기업들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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