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수송보국(輸送報國)’ 꿈을 40년이나 지켜왔지만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본지 2월17일자 13면 참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파산부(정준영 파산수석부장판사)는 17일 한진해운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진해운의 계속기업가치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인정됨에 따라 이달 2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했다”며 “이어 2주의 항고기간 동안 적법한 항고가 제기되지 않아 파산선고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청산가치, 계속가치보다 높아”
선박 등 알짜 자산 매각 완료
재판부는 기업회생 업무 경험이 풍부한 김진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를 한진해운 파산절차를 주관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이나 롱비치터미널(TTI) 지분 등 알짜자산 대부분은 이미 매각이 완료됐다.
지난 1977년 출범한 한진해운은 베트남전쟁 특수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1988년에는 국내 최초 공기업이었던 대한해운공사를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한진해운은 한때 컨테이너선 99척을 거느리고 세계 90개 항만을 연결하는 74개 노선을 운항하는 세계 7위 규모 원양선사였다.
하지만 해운업이 호황이던 2000년대 초중반 비싼 값에 선박을 장기임대하는 계약을 맺은 게 화근이 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뒤이은 해운업 침체로 한진해운은 수조원대 부채가 발생했고 이를 갚지 못해 결국 지난해 8월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지난해 하반기 전 세계적 물류대란을 촉발했고 한국 해운 업계의 경쟁력을 크게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박호철 부산항만공사 전략기획실장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부산항에서 사라진 물동량은 월평균 9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 4달 동안 36만TEU에 이른다”며 “물동량은 언젠가 다시 늘겠지만 한진해운이 차지했던 비중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혁기자 부산=조원진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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