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는 지난해 큰 별을 떠나보냈다. 9월26일 87세를 일기로 별세한 ‘킹’ 아널드 파머(미국)다. 메이저대회 7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62승을 거둔 파머는 가장 뛰어났던 선수는 아니었지만 가장 위대했던 골퍼로 추앙 받아왔다.
17일(한국시간) 개막한 미국 PGA 투어 제네시스 오픈(총상금 700만달러) 첫날 골프 팬들은 파머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의 외손자인 샘 손더스(30·미국·사진)가 단독 선두에 오른 덕분이다.
손더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교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파71·7,322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골라내 7언더파 64타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조건부 출전권자 신분으로 주최 측 추천을 받아 나온 그는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순위표 맨 윗줄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올해는 파머가 LA 오픈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이 대회에서 2연패(1966·1967년)를 달성한 지 50년이 되는 해여서 의미가 각별했다. 2009년 프로로 데뷔해 PGA 2부 투어에서 2승 기록이 있는 손더스는 “외할아버지는 늘 자신이 얼마나 골프를 사랑하는지 말씀하셨다”면서 “그의 뒤를 이어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성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한국 기업(현대차)이 주최하는 이 대회에서 국내 팬들의 시선은 안병훈(25·CJ대한통운)에 쏠렸다. 2015년 유럽 투어 신인왕 출신으로 올해부터 미국 활동에 주력하는 안병훈은 4언더파 67타를 쳐 선두 손더스에 3타 뒤진 공동 7위에 올랐다. 보기 3개가 아쉬웠지만 두 차례 3연속 버디를 포함해 버디 7개를 잡아내며 예리한 샷 감각을 보여준 그는 PGA 투어 첫 우승에 다시 한번 도전할 발판을 만들었다. 안병훈은 이달 초 피닉스 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주춤하면서 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세계랭킹 3위 저스틴 존슨(미국)은 5언더파 공동 2위로 선두를 2타 차로 추격했다. 존슨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고 세계 1위인 제이슨 데이(호주)가 4위 이하에 그칠 경우 생애 처음으로 세계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데이는 일몰로 16개 홀까지 치르며 이븐파(공동 74위)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존슨은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 출전한 이 대회에서 우승은 못 했지만 네 차례나 4위 이내에 들었고 2015년에는 재미교포 제임스 한과의 연장전 끝에 준우승했다. 역시 세계랭킹 1위를 넘보는 5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16개 홀까지 1언더파를 마크했다.
2008년과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필 미컬슨(미국)은 안병훈, 재미교포 케빈 나 등과 함께 공동 7위로 첫날을 마쳤다. 미컬슨은 17번홀(파5)에서 그린 주변 러프에서 친 10m 정도 거리의 세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는 그림 같은 이글로 갈채를 받았다. 김민휘(25)가 3언더파로 공동 18위에 자리했고 최경주(47·SK텔레콤)는 16개 홀까지 2타를 줄였다. 직전 대회인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우승한 세계 6위 조던 스피스(미국)도 2개 홀을 남기고 2언더파를 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