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에서 상법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 의무화, 이사회 구성 및 선임 관련 규제, 자기주식 규제강화 등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 과거 일부 시민단체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대표소송을 제기해왔다.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자회사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경영간섭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 또 해외 투기자본이 다중대표소송을 경영간섭이나 단기차익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수도 있다.
전자투표 의무화는 주총 활성화보다 주총 결의요건 불성립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전자투표를 시행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미미하다. 실제 전자투표는 2016년 487개사가 이용했으나 전자투표행사율은 주식 수 기준 1.44%, 주주 수 기준 0.22%에 불과하다. 전자투표 의무화에 앞서 주총 결의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사회 구성 및 선임시 집중투표 의무화 △근로자 대표 및 소액주주가 추천한 후보를 사외이사로 선임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되 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등은 가장 심각한 문제다. 이는 회사의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사람들로 구성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추천한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개별 이사들의 갈등으로 의사회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기업경영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법개정안은 당초 취지와 달리 중소·중견기업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규제대상이 상장회사인데 상장회사의 86%가 중소·중견기업이며 대기업은 1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기업의 불법행위는 현행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불법행위를 막자고 모든 기업을 사전 규제하는 것은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다. 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어려운 시기에는 기업경영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투자도 늘리고 일자리도 만들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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