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총수가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삼성은 줄곧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에 대가성이 없었다며 항변했지만 법원마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은 애초에 명확한 증거가 없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을 잡겠다며 ‘삼성=뇌물죄’라는 족쇄를 채우는 데 집착해왔다. 재계에서 정치권력의 요구에 응하면 덤터기를 쓰고 이를 거부해도 당하고 만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법원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총수에 대해 굳이 구속까지 강행했어야 하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니 특검은 물론 법치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마저 무분별한 여론몰이와 사회 일각의 반기업정서에 휘둘려 공갈·강요의 피해자인 기업인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비단 삼성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당장 일본이나 중국 경쟁사들이 반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삼성을 타도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일단 비상경영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경영 리더십 공백에 따른 파장을 가늠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해외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진출 등 굵직한 의사결정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신규 투자나 인력채용은 꿈도 꾸지 못할 처지다. 당장 이 부회장이 주도했던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작업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으로부터 부패하고 재산이나 도피시키는 파렴치한 기업으로 낙인찍힌 삼성으로서는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같은 글로벌 제재를 넘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삼성의 경영 공백은 일자리 하나가 절실한 한국 경제를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그런데도 특검은 삼성 이외의 다른 대기업들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재벌 대기업들이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겁박하고 있다. 자칫하면 삼성뿐 아니라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57개 대기업 총수 모두가 최순실과 연루됐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몰리는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된다. 선거철만 닥치면 무모한 정치공세에 기업들만 번번이 희생되는 불행한 사태가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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