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 남짓한 공간에 지난해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에서 정명훈 지휘자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이 흐른다. 5대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조화롭게 공간을 메운다.
19일 찾은 이곳은 서울 강남의 지하 스튜디오, 톤마이스터 최진 감독의 작업실이다. 스튜디오에 흐르는 곡은 최근 그의 손을 거쳐 출시된 ‘롯데콘서트홀 오프닝 콘서트’ 앨범의 음원. 그가 각 음원의 소리 크기나 울림을 조절할 때마다 연주의 느낌이 미세하게 바뀐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톤마이스터는 음반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를 합친, 이른바 ‘음반의 지휘자’다. 녹음 현장의 규모나 모양, 악기 구성, 배치 등에 맞춰 마이크를 설치, 최상의 소리를 뽑아내고 이를 편집해 가장 완벽한 연주를 만들어 내는 것이 톤마이스터의 역할이다.
최 감독은 “연주자 개개인의 연주를 가장 가깝게 듣는 제1의 청자라고 할 수도 있다”며 “본격적인 녹음 전 하루 이상 연습을 참관하고 각 연주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을 작업의 첫 단추로 꼽았다.
보통 실황 음반, 독주 음반 등은 한 번에 녹음하는 원테이크 녹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황 음반이어도 보통 사전 녹음까지 사나흘을 녹음한다. 최 감독은 “오케스트라 공연이면 기본 설치하는 마이크가 30~40개, 오페라의 경우 60여 개나 된다”며
“이렇게 작업한 음원 조각(테이크)이 보통 400개, 녹음 작업이 수월하지 않을 땐 1,000개나 되는데 최고의 조각을 붙이고 밸런스를 맞춰 탄생하는 게 음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공연장에서 듣는 연주보다 음반으로 듣는 연주가 훨씬 완성도도 높지 않을까. 이 같은 질문에 최 감독은 “기계적으로 녹음한 음원은 콘서트홀에서 귀로 듣는 소리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물론 최근에는 녹음 기술이 발달하고 고품질의 스피커나 헤드셋이 대중화되고 있어 실황의 감동을 음반으로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점차 갖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연주홀을 누비며 소리를 담아내는 최 감독은 국내 연주홀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최 감독은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어아인잘 같은 세계적인 연주홀은 잔향과 공간감이 뛰어나다”며 “최근에는 국내에도 후가공 작업을 많이 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콘서트홀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고의 연주 환경에서도 미세한 변수가 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 감독은 “옷은 연주홀의 소리를 흡수해버리는 대표적인 흡음재인데 겨울철에는 두꺼운 외투가 소리를 흡수해 잔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좋은 연주를 감상하고 싶다면 외투를 맡기고 입장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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