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는 19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데이네 뉴 슬라럼 코스에서 열린 대회 스키 스노보드 남자 대회전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35초76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대표팀 선배 최보군(26·상무)은 1분36초44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일본의 가미노 신노스케(1분37초14)에게 돌아갔다. 이상호는 1차 시기에서 51초94를 기록해 2위 최보군보다 0.08초 빨랐고 이어진 2차 시기에서 43초82로 가미노(43초75)에 근소하게 뒤졌으나 합계에서 가장 앞섰다. 기세를 올린 이상호는 20일 남자 회전에서 대회 2관왕을 노린다.
한국 스키 스노보드 사상 동계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따낸 이상호는 ‘배추밭 소년’으로 불린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 권유로 스노보드를 시작해 어린 시절 강원도 사북의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을 주로 이용했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사북고 출신으로 한국체대에 재학 중인 이상호는 특히 2016-2017시즌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4위에 올라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월드컵 최고 성적을 작성했다. 올해도 월드컵에서 두 차례 5위를 기록하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권을 넘보는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경기력에 물이 오르고 있는 이상호는 이번 우승으로 유력한 2018평창동계올림픽 메달 후보임을 입증했다. 올림픽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열린 ‘대회전’ 대신 ‘평행 대회전’이 정식 종목으로 열리지만 두 종목의 차이는 크지 않다. 대회전은 1·2차 시기 기록 합산으로 순위를 정하고 평행 대회전은 두 선수가 동시에 달려 기록을 비교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평행 대회전도 예선까지는 기록으로 순위를 정한 뒤 16강부터 토너먼트를 통해 메달 주인을 가린다. 이상호는 지난해 4월 삿포로에서 열린 전일본선수권 평행 대회전에서 우승한 일도 있다. 아직 올림픽, 월드컵에서 메달을 획득해보지 못한 한국 스키는 이상호 외에 최보군, 김상겸(28·전남스키협회) 등도 상승세라는 게 희소식이다.
이상호는 “목표로 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히고 “(월드컵 4위에 이어) 알파인 스노보드 종목에서 ‘한국 최초’를 계속 써가고 있어서 의미가 있다”며 기뻐했다. 지난주 평창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예선 탈락하며 주춤하기도 했던 그는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올림픽에 대해 “자신감이 확실히 생겼다. 지난주 실수는 오늘 피니시를 통과하는 순간 잊었다”고 말했다.
한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은 이날 오후 삿포로 돔에서 개회식을 열고 오는 26일까지 8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평창 전초전’으로도 관심을 끄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첫 단추를 잘 끼우며 금메달 15개 이상으로 14년 만에 종합 2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향해 순항을 시작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