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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이대로 좋나] '1주 1표' 원칙 훼손...투자·고용 다 막힌다

<1>감사위원 분리선출...투기자본 놀이터 우려

대주주의결권 3%로 묶여 기업사냥꾼 공격에 취약

"전례없는 근로자 사외이사도 헌법상 재산권 침해"





재벌개혁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개정안 통과 이후 현실화할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근로자·소액주주 사외이사 추천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인적분할 시 자사주의 신주 배정 금지 등이다.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근로자·소액주주 사외이사 추천’은 ‘1주 1표’인 상법 개정안의 기본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현행 상법상 주식회사는 경영 위험에 대한 부담부터 의결권 행사, 배당 등 모든 것이 주식 수에 비례한다. 하지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묶어놓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1명을 반드시 선임하도록 규정한 소액주주 사외이사 추천제는 이와 정면 배치된다. 시장경제원칙의 뿌리를 흔드는 위험한 요소를 담고 있는 것이다.

5대 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필요에 따라 제도를 고치더라도 1주 1표, 의결권 원칙까지 벗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하라면서 의결권은 3%뿐…적대적 M&A 먹잇감 노출=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재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내용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기업 경영권을 침해하는 독소내용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출하고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는 현행 방식이 아닌, 처음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묶인다. 일종의 ‘의결권 족쇄’다.

의결권 제한의 결과는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논의와 쟁점’ 보고서를 통해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해 3%로 제한받는 반면 2대 주주부터는 의결권 제한이 전혀 없으므로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업들이 과도한 자금을 투입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중장기 연구개발(R&D)과 일자리 창출에 투입할 자금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2004년 영국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지분 5%를 매입한 뒤 M&A 가능성을 내비치자 삼성SDI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삼성물산 지분매입에 700억원을 투입했다. 헤르메스는 같은 해 12월 380억원의 차익을 거두고 주식을 매각했다.



특히 정부에서 권장하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서는 자회사 주식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의결권이 보장되는 3%를 제외한 17%가 사실상 백지화된다. 반면 외국계 펀드는 지분 쪼개기를 통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 정부 방침대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다 오히려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는 셈이다.

◇전례 없는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후보자 각 1인을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사외이사의 선임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고 지적한다.

유럽에서는 ‘근로자 이사제’를 31개국 중 19개국이 채택하고 있지만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특히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은 해외에서도 입법 사례가 전무한 상황이다.

근로자가 이사회에 참여한다고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근로자가 경영에 폭넓게 참여하는 독일의 경우 2005년 폭스바겐에서 노조 간부와 결탁한 불법 보너스 수수와 연비 조작사건 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 이사제는 사회주의 유럽, 은행 자본주의,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유용하다. 한국처럼 자유시장경제, 자본시장 자본주의, 정보기술(IT) 산업이 발달한 국가에선 맞지 않는 제도”라고 말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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