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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한국인의 인지 오류





수년 전 영국의 한 대학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 휴게실에 음료수를 비치하고 값은 알아서 내도록 작은 상자를 옆에 뒀다. 함께 적어놓은 가격표 위에는 작은 사진도 붙였다. 연구가 진행된 10주 동안 사람의 눈, 꽃 사진이 번갈아 등장했다. 눈은 평범하게 쳐다보는 모습부터 무섭게 째려보는 눈 등 다양했다. 재미있는 것은 실험 기간에 아무도 사진에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지만 매주 들어오는 금액에는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눈 사진에는 우유의 경우 ℓ당 평균 70펜스가 모였으나 꽃일 경우는 15펜스에 불과했다. 특히 의심스럽거나 째려보는 눈일 때 돈이 훨씬 많았다. 잠재된 무의식이 판단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 상황의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사 결정시 과거의 인식에 얽매여 무심결에 저지르는 실수를 인지적 오류(認知的 誤謬·Cognitive Biases)라고 한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여긴다거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자신하는 것도 인지 오류다. 사람들이 하고 있던 이야기를 멈추면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라고 단정하는 것, 세상일은 옳고 그름으로 나뉜다는 생각, 최악의 상황을 먼저 떠올리는 것 등도 포함된다고 한다. 요즘처럼 세상이 휙휙 변하는 시대에는 인지 오류를 초래할 위험이 더 높아진다.

가뜩이나 사회적 돌발 변수가 많은 나라에 사는 우리 국민은 더욱 그렇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국민 1만명을 조사해 보니 10명 중 9명, 91%가 인지 오류 습관이 적어도 하나씩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생각에 갇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내리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얘기다. 이는 삶이 팍팍해지면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줄어든 탓이 크지 싶다. 무엇보다 인지 오류는 정신건강에 안 좋다니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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