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는 제53회 독일 연례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뉴욕 5번가에도 여전히 독일 차가 별로 없다”며 “미 워싱턴은 독일산 수입품을 비난할 아무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일침했다. 그는 이어 “이 방을 둘러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미국 제품인) 아이폰과 애플 기기를 쓰고 있는 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사실에 (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만족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메르켈의 이번 발언은 독일 등을 상대로 무역역조 시정 및 징벌적 관세 부과를 주장해 온 미 트럼프 행정부에 역공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뉴욕의 최고 번화가에서도 벤츠나 BMW 등 독일산 제품은 많지 않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또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미 무역 흑자국인 독일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유로화가 너무 저평가된 상황은 문제”라면서도 “유로화 가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적인 통화정책에 따른 것으로 독일은 이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유로화는 독일뿐 아니라 포르투갈부터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에 이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 국가에 적합하도록 책정된다”며 “과거처럼 마르크화를 사용했다면 달랐겠지만 유로존 통화정책은 ECB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메르켈은 주요 언론 등을 향해 맹공을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과 함께 있다”며 “우리는 독일을 위해 상호 맡은 바 임무를 잘 담당해 왔고 서로 깊이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메르켈은 안보 문제에 관한 한 미국과 협력하며 동맹 관계를 굳건히 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나토는 독일과 유럽의 이익에 매우 부합한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라면서 “함께 행동하는 것이 모두를 강하게 만든다”고 상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방비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이행 책무를 충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원론을 재확인했다. 현재 독일 정부는 급격한 국방비 상향 대신 장기적 증액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메르켈 총리에 이어 연설에 나선 펜스 미 부통령도 “미국은 나토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미국의 대서양 동맹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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