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4차 산업혁명 대책으로서의 효과를 의심케 한다. 규제 완화만 하더라도 AI의 경우 사고 책임범위 등만 나열했을 뿐 정작 중요한 규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사실 AI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사물인터넷(IoT) 투자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도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아래서는 새로운 지적재산을 만들어내는 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업계에서는 신기술과 관련해 사전규제를 줄여 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주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사후 징벌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원 대상조차 AI와 VR·핀테크에 국한돼 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바이오·의료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모바일 사용환경을 자랑하지만 원격의료는 꿈도 꿀 수 없다. 결국 이번 지원책은 규제 완화라기보다 미비했던 법과 제도의 정비 보완에 머물 뿐이다.
지금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에 찔끔찔끔 손을 대서는 신산업을 만들 수 없다. 정부가 정말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뜻이 있다면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과감한 정책을 통해 신기술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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