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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래, 가족’ 이솜, 평범하고 싶은...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배우

이솜은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다. 얌전한 것처럼 보여도 절대 순순히 얌전할 것 같지 않은 되바라진 맛이 있으며, 발랄하고 톡톡 튀어보이는데 차분한 매력이 있다. 착할 것 같으면서도 눈빛은 장난기가 가득하며, 악역을 맡아도 눈빛 하나는 또 선량하다. 이솜은 어떤 배우다 라고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배우 이솜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지수진 기자




이런 이솜의 매력은 영화 ‘그래, 가족’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화 ‘그래, 가족’은 서로 이런저런 가족사로 인해 연락조차 안 하고 지내던 삼남매의 앞에 어느 날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지면서, 동시에 생전 듣도보도 못한 11살 꼬마가 막내동생이라고 나타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가족영화.

이솜은 여기서 누가 봐도 삼남매의 막내 같은 모습으로 무능력하면서 괜히 목소리만 큰 첫째 성호(정만식 분), 능력은 있지만 흙수저의 한계로 인해 출세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그 짜증을 모두 가족들에게 돌리는 둘째 수경(이요원 분)의 사이에서 두 사람 사이를 조율한다. 성호와 수경이 서로 연락도 꺼리는 사이인반면, 성호와 수경 모두는 이솜이 연기한 셋째 주미와는 마지못해서라도 연락을 하는 사이라는 것에서 이런 모습이 드러난다.

‘그래, 가족’에서 이솜이 연기한 ‘주미’의 성격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주미가 먹고 살기 위해 억척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들이다. 주미는 영화에서 내레이터 모델부터 시작해 식당 서빙, 전단지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척척 해내면서도 그 흔한 인상 한 번 쓰지 않는다.

“주미는 영화에서 보면 철이 든 것 같기도 하고 안 든 것 같기도 해요. 아직 많지 않은 나이에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도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지닌 모습은 정말 좋은데, 생활력이 없다고 언니나 오빠한테 돈을 꾸거나 등쳐먹으려고 하는 모습은 철없다고 느낀 부분이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보는 주미는 철부지에요.”

배우 이솜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지수진 기자


그래도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래, 가족’에서 이솜이 연기한 ‘주미’를 따뜻하고 인정많은 캐릭터로 기억하는 이유는 정만식과 이요원이 느닷없이 나타난 막내동생 낙(정준원 분)의 존재에 당황하고 서로 밀어내려고만 하는 반면, 이솜은 자신도 밥 챙겨먹기 어려운 생활고 속에서도 동생이라며 처음부터 정준원을 안아주고 품어주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좁은 옥탑방에서 이솜이 막내 정준원을 꼭 끌어안고 잠드는 장면은 쉽게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기도 하고 말이다.

“영화에서 제가 준원이랑 그래도 가장 친해보이고 호흡도 잘 맞았나봐요. 근데 이건 제가 잘 한 것이 아니라 준원이가 워낙 잘했어요. 상냥하고 똘똘하고. 저는 실제로 동생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첫 촬영부터 제가 막내를 데려가는 느낌이 아니라 서로 같이 가는 느낌이었어요. 촬영 중간에도 같이 산책도 하고 꽃으로 반지도 만들고 핸드폰 게임도 같이 하며 놀았고요.”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주미가 좀 더 따뜻하게 막내 낙이를 안아주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영화를 보면서 계속 좀 더 낙이를 안아주고 챙겨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너무 낙이를 처음에 미워하는데 주미라도 처음부터 더 따뜻하게 대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거죠.”

영화에서 그래도 가장 막내동생을 살뜰하게 챙겨줬음에도 불구하고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솜의 말에는 강한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런 착하고 선량한 마음은 이솜이라는 배우를 현장에서 경험한 스태프들이라면 누구나 입을 모아 하는 말이기도 하다.



배우 이솜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지수진 기자


“현장에 가면 스태프 분들하고도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툭툭 말도 많이 걸려고 노력하고 이런저런 장난도 살짝 걸어요. 영화라는 것이 다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보니, 저는 그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재미난 점은 이런 착한 심성과 다르게 이상할 정도로 이솜은 영화에서 평범하고 착한 역할을 해본 경험이 많지는 않았다. ‘푸른 소금’의 ‘은정’은 앙칼지고 되바라진 10대 소녀의 전형에 가까웠고, ‘좋아해줘’의 ‘나연’이나 ‘그래, 가족’의 ‘주미’가 그나마 평범한 20대 여자아이의 모습에 가깝지만 그 역시도 무난하고 평범한 성격이라기보다 발랄하고 통통튀는 약간 들떠 있는 느낌의 캐릭터였다. 심지어 이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마담 뺑덕’에서는 청순과 팜므파탈의 양극단을 오르내리는 ‘덕이’, 즉 ‘뺑덕’ 캐릭터를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그동안 해온 캐릭터 중에 평범한 캐릭터가 별로 없어요. 전 평상시에 그렇게 들떠 있는 편도 아니고 얌전한 편인데, 이상하게 밝은 캐릭터도 많이 하게 되고. 그래도 아쉽지는 않아요. 제 기준에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역할들을 많이 해봤어요.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일상적인 연기들을 더 해보고 싶긴 해요.”

배우 이솜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지수진 기자


이솜의 다음 작품은 ‘족구왕’, ‘범죄의 여왕’을 제작한 영화창작집단 광화문시네마의 신작인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다. 프랜시스 버넷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아니라 담배값이 오르자 담배를 포기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자발적 노숙자의 길을 선택한 젊은 여성 가사도우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물론 이솜은 이 영화에서 담배를 포기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자발적 노숙자가 된 주인공이다.

“‘소공녀’는 이솜이라는 배우는 이런 배우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에 선택한 것도 있지만, 저 캐릭터를 보고 제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이솜이라는 배우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할까요?”

“주변에서 저보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로맨스 영화를 좀 해보라는 말을 많이 해요. ‘좋아해줘’에서 강하늘씨랑 로맨스를 해보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평범한 로맨스를 연기해본 적이 별로 없긴 해요. 저도 그래서 제 또래 친구들이나 나이 차이 별로 안 나는 배우들과 로맨스를 해보고 싶어요. 사실 안재홍 오빠랑 꼭 한 번 로맨스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소공녀’에서 파트너로 나오게 되서 조금은 소원을 풀 것 같네요.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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