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봄에는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겨 우리나라를 들썩거리게 했는데 2017년 봄에는 아마존고가 세상을 놀라게 할 것 같다. 아마존고는 매장 진열대에서 물건을 집어드는 순간 결제가 자동적으로 되게 하는 기술이다. 또 지난해 말 페이팔에서는 스마트폰에서 음성으로 간편 송금을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우리나라 핀테크의 과거와 현재를 주역 괘로 요약하면 ‘산 아래 모닥불’이라고 할 수 있다(22번 괘 山火賁). 밤에 산(山) 아래에 모닥불(火)이 타고 있으면 마치 장식(賁)을 한 것처럼 주위가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지난 2년여는 핀테크로 세상을 바꿔보고 싶었던 젊은 혈기가 큰 산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시간이었다.
여기에서 큰 산이란 규제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본다. 우선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조항이 폐기돼 다양한 보안기술이 사용될 수 있도록 했고 PG사도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해 간편 결제가 확산됐다. 그리고 두 정보기술(IT) 기업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하는 등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 또 핀테크지원센터가 운용되면서 핀테크 기업가들에게 규제환경을 이해시키고 기존의 금융회사와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핀테크 기업이 아마도 가장 어렵게 생각했을 부분은 기존의 금융회사들이 자신의 영역을 빼앗으러 온 도적쯤으로 이해하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2014년에는 금융당국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잣대를 들이댔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핀테크 기업이 기존의 금융회사들과 협력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이해를 받아들였다.
핀테크 기업이 기존 금융회사들에 구혼(求婚)을 하러 왔음을 이해받았다고 본다. 그 결과의 한 예로 한 핀테크 기업의 간편 송금 앱이 2016년 구글플레이에서 베스트상을 받은 것을 들 수 있다. 바로 기존 금융회사와의 협업 결과다.
이제 올해의 핀테크를 요약하면 ‘하늘(天)이 열려 태양(火)이 환하게 떠 있는데 들판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同人)이 모여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12번괘 天火同人). 환한 태양은 핀테크 기업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업이라는 인정을 받게 됐다는 뜻이다. 들판이란 핀테크 기술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마음으로 큰 강을 건너는 모험을 하는 것이 좋은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금융 산업은 변하고 있다. 영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HSBC의 지점 수는 2011년 1,300여개에서 2016년 말 625개로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국내 은행의 지점 수가 2015년 한 해에만 약 160곳 감소했다고 한다. 향후 2~3년에는 기존 금융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금융전문가, 그리고 새로운 IT 기술을 가진 기술자,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젊은 경영자가 함께 모여 인공지능(AI), 딥러닝, 음성인식 등의 첨단기술을 핀테크에 구현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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