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사장이 외환딜러였다면 ‘전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 불거진 일본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매각설에 대해 일본 대형증권사의 한 외환담당자는 혀를 내두르며 이같이 말했다. 절묘한 투자 타이밍으로 인수합병(M&A)에 따른 환차익을 극대화하는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 특유의 ‘감각’과 그에 따른 실적은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눈으로 봐도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미국 스프린트와 미국 3위 이동통신 업체인 T모바일 간 합병설을 계기로 ‘M&A의 달인’으로 불리는 손 사장의 투자감각이 다시 한번 조명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매각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MA& 과정에서 기막힌 타이밍을 포착해 차익을 내온 손 사장의 결정은 외환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는 손 사장의 화려한 글로벌 M&A 이력 가운데도 그의 동물적 감각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사례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200억달러 규모의 스프린트 인수과정에서 거둔 환차익은 2,000억엔(약 2조266억원) 이상이다. 소프트뱅크가 처음 스프린트 인수계획을 발표한 2012년 여름은 엔화가치가 달러당 78엔을 기록하며 ‘초강세’를 이어나가던 때다.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을 매수하기에는 절호의 시기였던 셈이다. 그해 겨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 추진과 함께 진행된 급격한 엔저 현상에도 소프트뱅크는 털끝 하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손 사장은 미 규제당국이 M&A를 승인하기 전에 엔고 기조를 최대한 반영한 환율계약(달러당 82엔)을 맺는 ‘신의 한 수’를 뒀기 때문이다. 스프린트 인수가 완료된 2013년 7월의 엔화가치는 달러당 101엔이었다.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지금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3엔 수준으로 매수 당시와 비교하면 큰 폭의 엔저 상태다.
환율 흐름을 잘 탄 손 사장의 투자감각은 지난해 7월 중순께 영국 반도체설계 업체 ARM홀딩스 인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당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연일 급락하며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쇼크’ 상태였다. 인수계획 발표 전인 6월 말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 때문이다. 기업 간 M&A가 오랜 검토를 거쳐 나온다는 점에서 손 사장의 M&A 결정 타이밍이 인수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외환 전문가들은 “손 사장에게 야생적 감각이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손 사장의 동물적 M&A 감각은 소프트뱅크가 몸집을 불려온 과거에서도 입증된다. 1981년 창업 당시 소프트웨어 유통이 주소득원이었던 소프트뱅크는 이후 기업 규모가 크고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2000년대에 일본 국내 이통사 인수를 결정했다. 캐피털트리뷴재팬은 손 사장이 니혼텔레콤(2004년)·보다폰(2006년) 등을 잇따라 인수했을 당시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당시에는 높아 보였지만 적절한 입찰가를 내세워 영리하게 기업을 손에 넣었다고 분석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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