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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푸른바다' 이지훈, '스타는 하늘이 내리는 것'…"배우로서의 태도, 다시 일깨웠죠"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일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매일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난 뭐가 될까?’를 생각하던 꿈 없는 한 청년은 군대에서 본 뮤지컬 한 편으로 인생의 목표와 방향이 바뀌었다. 바로 배우 이지훈의 이야기다.

배우 이지훈이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잘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꿈도 없는 그야말로 죽은 인생 같았어요. 그러다 군대에서 뮤지컬 배우 민영기씨가 나오는 뮤지컬을 보게 됐죠. 마지막에 장병들과 박수를 치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무조건 ‘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더라고요. 사람들한테 관심 받고, 박수 받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의 실사판이라고 해야할까. ‘하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제작사와 오디션장의 문을 계속 두드리며 하나씩 부딪쳐 나갔던 이지훈은 결국 ‘학교 2013’이라는 기회를 만나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로부터 5년, 이지훈은 다양한 작품에 얼굴을 내비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특히 이지훈에게 2016년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였다. ‘육룡이 나르샤’, ‘마녀보감’으로 사극과 실존 인물을 연기해 볼 수 있었고, ‘전설의 셔틀’에서는 일명 ‘병맛코드’가 첨가된 ‘빵셔틀’ 역할을 소화하는 등, 장르를 넘나들며 변신을 거듭했다. 그 가운데 최근 종영한 ‘푸른 바다의 전설’은 시청자들에게 배우 이지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장이 됐다.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허준재(이민호 분)의 형인 허치현 역을 맡은 이지훈은 새 아버지 허일중(최정우 분)의 사랑을 갈구했지만, 결국 ‘친 아들’이 아니라는 태생적 한계에 좌절하며 ‘흑화’하는 인물이다. 요동치는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80kg까지 찌웠던 살을 68kg까지 빼는 등, 이지훈은 허치현이라는 인물에 독하게 파고들었다.

“(허)치현의 감정은 사연과 상황에 맞춰 튀지 않게 조금씩 변화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악역들이랑 차이점이 없을 것 같더라고요. 허치현에게 가장 중요했던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사랑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짓이라도 하고, 사랑을 주는 대상에게는 그만큼 다정하게 다가갔어요”

SBS ‘푸른 바다의 전설’ 방송화면


‘꼭 악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이지훈의 말처럼 허치현의 악행에는 명백한 당위성이 존재했다. 처음으로 갖게 된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허치현은 결국 아버지의 배신으로 인해 행복의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특히, 공원 화장실 구석에서 죽기 위해 독약을 삼키는 안타까운 모습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 순간의 감정을 딱 한가지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너무 착하고 여린 아이였기 때문에 그 순간에 자살을 선택한 것 같아요. 사실 카메라 앵글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죽는 순간 엄마의 손을 끌어당기면서 연기했어요. 독약을 먹었지만 그 후에 죽기 싫다는 마음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았거든요. 정말 오만가지의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어요”

그 가운데서도 어머니에게 내뱉는 ‘저주스럽습니다’라는 대사는 연기하는 당사자에게도 시청자에게도 망치로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지훈 역시 대본을 읽자마자 한 시간 동안이나 그 대사만 멍하니 바라봤다고.



“마지막 ‘저주스럽습니다’라는 말이 4회부터 19회에 등장했던 허치현의 삶을 한 마디로 정의해주는 것 같았어요. 그 대사가 무슨 연기를 더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저에게는 좋은 의미의 충격이었어요. 아침부터 그 대사를 계속 읽으면서 박지은 작가님이 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죠”

배우 이지훈이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사실 이지훈에게 ‘푸른 바다의 전설’은 전지현과 이민호라는 한류 스타와의 호흡,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캐릭터로 배우로서의 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해 보였다는 것 외에도 큰 의미를 남기는 것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배우로서의 태도’다.

“예전에는 연기에 대한 태도가 정말 빵점이었어요. 마냥 재미있어만 했지 연기를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다 ‘최고다 이순신’에서 정석이 형이 연기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정말 바보 같아 보였죠”

조정석과의 만남이 마냥 재미를 찾으며 연기를 했던 신인 배우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줬다면, ‘푸른 바다의 전설’ 속 대선배 황신혜와 최정우는 1년이라는 공백기간 동안 ‘연기를 관둬야 하나?’라는 마음을 먹었던 이지훈에게 다시 한 번 배우로서 갈 방향을 제시했다.

“황신혜 누나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자신을 다 내려놓고 연기를 하셨고, 최정우 선배님도 한참 어린 후배가 연기하는데 감정을 살려주시겠다고 바닥에다가 얼굴을 대주시더라고요. 그 모습들을 보고 저 역시 이 태도를 잘 가지고 가서 후배들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태도가 잘 되어있으면 빠르든 느리든 언젠가는 꼭 된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그가 배운 태도처럼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배우 이지훈의 목표 역시 스타와는 거리가 멀다. ‘스타는 하늘에서 정해주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연기자로서 드는 조바심이 결코 인기나 스타라는 자리 때문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물론 조바심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어디에서든 나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조바심이에요. 보시는 분들이 이 역할에는 ‘얘가 낫지’라고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올해 목표 역시 바로 그거에요. 다양한 작품 속에서 ‘쟤가 나와서 몰입이 잘 된다’, ‘한 번씩 나올 때마다 기억에 남는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저를 조금씩 잘 쌓아갈 수 있는 한 해를 보내고 싶어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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