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안희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서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급등하는 중이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며 과거의 ‘노무현 바람’을 재현할 기세다.
동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안희정이 핫 이슈다. 정확히 말하면 ‘안희정 테마주’다. 지지율이 급등한 안 지사처럼 안희정 테마주 역시 가파른 주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안 지사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지만 정치권이나 증권 업계에서 주목하는 점은 다른 데 있다. 지금까지의 대선주자나 테마주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정치인 안희정은 이른바 별종이다. 기존의 대선주자에게서 볼 수 없던 면모를 자주 보인다. 대연정 제안이 그랬고 녹색성장과 창조경제를 계승하겠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지지자들조차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정작 당사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정치 신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소신이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일부의 비판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 줏대 없이 표를 좇아 행동한 정치인과 다르다는 인식이 박혔다.
안 지사의 테마주도 특이(?)하다. 스스로 자신들은 안 지사와 관련이 없다며 ‘커밍아웃’을 하고 있다. 충남 지역 건설사로 분류돼 안희정 테마주로 엮인 KD건설은 지난 2일 “안 지사와 연관성이 없으며 본사도 경기 안산”이라고 해명했다. 엘디티·원풍·자연과환경·SG충방·국일제지 등도 잇따라 ‘양심선언’에 나서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이 같은 행동은 매우 이례적이다. 과거 모르쇠로 일관하던 테마주 연관 기업들과는 다른 행보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주가가 다시 급락해 원상복귀될 수도 있지만 투자자에게는 신뢰를 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투자자의 믿음은 기업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투자로 이어져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선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정치권이나 증권가나 지금까지 스스로 불신을 자처하고는 했다. 유권자에게는 정치 불신을 넘어 혐오감을 일으켜 무관심하게까지 만들었고 투자자에게는 ‘증권가는 투기판’이라는 인식으로 투자 외면을 초래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촛불민심으로 촉발된 탄핵 사태는 새로운 정치를 요구한다. 정권교체 욕구가 어느 때보다 크지만 그것보다 구시대 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정치로 희망찬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리더를 찾고 있다. 이번 기회마저 외면한 채 서로를 헐뜯고 네거티브 정치를 하거나 당선에만 눈이 먼 포퓰리즘 공약만으로는 더 이상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증권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불성실한 공시를 남발하는 기업, 기관 눈치만 보느라 우호적인 보고서만 내놓는 증권사,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는 감독기관 모두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주식시장이 ‘자본주의의 꽃’으로 자리 잡기 위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br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