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미인어’는 홍콩 코미디 영화의 지존(至尊)이라 할 수 있는 주성치가 직접 연출한 영화인 동시에, 주성치가 배우로 직접 출연하지 않는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영화다.
주성치는 본인이 배우로 출연한 작품은 물론, 직접 출연은 물론 연출까지 맡은 작품에서 더욱 주성치스러운 매력을 과시한다. ‘007 시리즈’에 대한 B급 패러디처럼 보이지만 주성치의 독특한 코미디 리듬감이 절정에 달한 ‘007 북경특급’ 시리즈는 물론, 아직도 주성치의 90년대 최고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식신’, 그리고 배우가 아닌 감독 주성치의 이름을 확고하게 새긴 ‘소림축구’나 ‘쿵푸허슬’이 모두 이런 경우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주성치는 배우보다 감독으로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다. 2014년 개봉한 ‘서유기 : 모험의 시작(西遊降魔篇)’이 배우가 아닌 감독 주성치로서의 첫 걸음이었다면, 2016년 홍콩에서 개봉한 ‘미인어’는 ‘서유기’처럼 전작의 명성에도 기대지 않은 온전한 주성치 감독의 주성치가 출연하지 않은 진정한 의미의 첫 영화라 할 수 있다.
‘미인어’의 이야기는 인어 전설을 코믹하게 뒤튼 주성치의 센스가 돋보인다. 젊은 부동산 재벌 류헌(덩차오 분)은 돈을 앞세워 바다를 무분별하게 개발하려고 하고, 인간들 몰래 숨어 살던 인어들은 바다를 지키기 위해 인어 중 가장 미모가 뛰어난 산산(임윤 분)을 인간세계에 잠입시켜 미인계로 류헌을 유혹해 살해해 바다를 지키려고 한다.
‘미인어’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코미디 리듬을 보여준다. 류헌을 죽이기 위해 인어세계에서 내려오는 비장의 수로 살해를 시도하다 연신 어이없이 실패하는 산산의 모습과 그런 산산을 스토커로 취급하다가 느닷없이 사랑에 빠져버리는 류헌의 모습은 기존 홍콩영화 장르에 대한 다양한 패러디를 담아낸다.
물론 ‘희극지왕’과 같은 영화에서 보여지던 주성치와 막문위의 콧물키스나 장백지의 다리휘감기 포옹처럼 멜로영화의 말랑말랑한 공식을 코미디로 뒤엎는 주성치의 센스 역시 여전하다. ‘미인어’는 낭만적인 순간이 코미디로 전환되고, 다시 코미디가 난무하는 속에서 느닷없이 사랑의 감정이 훅 치고 들어오는 주성치만의 변칙적인 리듬이 유감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미인어’는 주성치가 연출한 영화라는 것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전문적으로 연출을 전공한 감독들에 비해 명백하게 거친 주성치의 연출은 아쉬움을 남기고, 덩차오나 임윤 같은 신예 배우들이 주성치 특유의 페이소스(pathos)를 소화하기에는 역시나 깊이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중국영화 특유의 어설픈 CG도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트리는 요소다.
그래도 ‘미인어’에는 주성치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흠뻑 빠질만한 장면들이 다분하다. 수차례 반복되는 문어인간의 자학 코미디나, 주성치 영화 특유의 B스러운 코미디를 보여주는 오프닝의 사기꾼 이야기, ‘식신’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닭고기 먹방과 같은 장면들은 오직 주성치만이 만들 수 있는 코미디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마도 전지현과 이민호가 출연한 ‘푸른 바다의 전설’을 주성치가 만들었다면 역시 ‘미인어’ 같은 결과가 나왔을 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엽기적인 그녀’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전지현의 엽기 인어를 보고 있노라면, 혹시 ‘미인어’를 보고 ‘푸른 바다의 전설’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2월 22일 개봉.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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