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희망하지만 그렇다고 나토와 EU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를 ‘한 물 간 것’으로 격하하고 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하면서 다른 회원국들도 추가로 탈퇴할 것으로 전망하며 EU 해체를 촉발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유럽 정세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미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하지만 유럽동맹의 안보를 희생하는 대가로 러시아와 더 협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유럽을 안전하게 해 주는 기구들에 전념할 것이며, 나토에 대한 지지에서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특히 헤일리 대사는 “나토 내에서 협력을 깊게 하기를 바라지만 새로운 동맹에도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해 러시아가 강하게 반대해 온 ‘나토 확대’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합병한 이후 시행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거론했다. 헤일리 대사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줄 때까지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점에서 미국과 유럽은 통일돼 있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가 이처럼 러시아에 각을 세우는 한편 EU를 향해 강한 애정을 표현한 것을 놓고 최근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지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미 의회 등에서 트럼프 정부와 러시아 정부 간 내통설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연방수사국(FBI)이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되자 당분간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트럼프 정부가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엔 주변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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