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미국에 갈 걸 그랬습니다. 허허.”
22일 삼성의 한 관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논란을 두고 꺼낸 말이다. “(어이없는 일로) 기가 차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도 했다. 그만큼 억울하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적자기업 상장과 분식회계 등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다양한 특혜 시비 때문이다. 최근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적힌 ‘바이오시믈러→기초? contents(콘텐츠)’를 근거로 삼성과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로 이어지는 검은 커넥션이 입증됐다는 의혹도 흘러나온다. 바이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바이오시믈러’로 표기한 것을 보면 안 전 수석은 이 분야의 지식이 전혀 없거나 아주 미미해 보인다”고 추정했다.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특혜를 주기 위해 수차례 깊은 얘기를 나눴다면 기초 단어 정도는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적자기업 상장 특혜도 마찬가지다. 코스피가 아니더라도 코스닥에서 적자 상장은 가능하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도 적자 상태에서 상장할 수 있다. 당초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도 미국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대표기업이 해외에 가면 되느냐”는 한국거래소의 제안에 방향을 튼 결과가 특혜 의혹으로 이어졌다.
분식회계 논란 역시 이미 끝난 건이다. 삼성이 바이오에피스 가치를 부풀려 적자기업을 흑자기업으로 바꿨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당시 감리를 맡은 한국공인회계사회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국조차 “금융감독원이 다시 특별감리를 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할 정도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모든 의혹 진실’인 것은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더 그렇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청와대의 지시나 압력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대 시장인 미국에 상장하고 미국에 공장을 지었으면 이 같은 일도 없었을 것이다. 침소봉대 식 의혹 제기는 기업인의 사기를 땅으로 떨어뜨린다. 최순실 사태로 이제 걸음마를 뗀 바이오 산업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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