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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잃은 보수, 길을 묻다] 성장·자율·경쟁·민주주의 등 보수가치 목숨 걸고 지켜 나가야

■ 보수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개도국 시절 국가주의 발상으론 민심 못얻어

젊은 사람들 동참할 수 있게 문호 폭넓게 개방

약자 위한 국가·사회적 책임도 함께 고민해야





보수의 위기가 이어지면서 개혁적 보수, 성찰적 보수를 기치로 내건 바른정당에 대한 지지율도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 1월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최순실 사태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무릎을 꿇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존재하지만 일관된 논리로서 보수주의 이념으로 무장된 보수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전문가가 우리나라 보수세력에 대해 한 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우리나라 보수가 나아갈 길에 대해 “성장, 자율, 경쟁, 민주주의 체제 등 보수의 가치에 목숨을 걸고 끊임없이 강조하고 책임지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0년대 초반 미국 보수의 위기에 빗대 우리 보수세력들이 나아갈 길을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당시 헤리티지 재단은 미 공화당이 어떻게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정부로부터 권력을 찾아올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그 결과 3가지 길을 제시했다. 첫째, 보수 가치의 철학화다. 성장, 자율, 경쟁, 민주주의 체제 등 보수의 가치를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실제 책임지고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참여하는 보수. 보수에 젊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젊게 하고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것이다. 셋째, 봉사하는 보수로의 변신이다. 기부의 확대, 책임의 확대 등으로 보수의 사회적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역시 “보수의 중요한 특징은 공동체주의”라며 다음 3가지를 새 보수가 반드시 지켜가야 할 가치로 봤다. 첫째,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둘째, 법의 지배, 셋째, 약자에 대한 온정주의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국의 보수당은 ‘보수’라고 하는 신선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이름을 갖고 300년이 넘는 기간을 살아남았다”며 “그 긴 세월 동안 정치적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한국적 올드 보수주의 모델’을 새 모델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한국적인 ‘올드 보수주의’의 기초로 박정희 시대의 △국가주의 발전모델 △강한 리더십 △반공을 들었다. 여기에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영남’이라는 보수의 지역주의를 추가했다. 이들 모델이 이제는 하나같이 다 과거지향적인 것으로 시대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보수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이미 한국경제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만큼 민간 부문이 커지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거의 완성된 현 상황에서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의 ‘국가주의적 보수주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과연 보수가 얼마나 시대변화에 따라 바뀌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보수는 산업화·민주화 이후의 변화된 시대에 맞는 보수의 새 가치, 보수의 새 패러다임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를 정치컨설팅 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반공을 기치로 한 안보보수, 경제발전을 기치로 한 성장보수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 보수는 기업 투자나 대학입시에 있어서의 자율성 확대, 기회의 공정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약자에 대한 국가의 사회적책임을 다 하는 것 등의 가치에 기반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한 보수의 등장은 진보에도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좋다”며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볼 수 있는 성찰적인 보수가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의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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