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국민전선(FN) 정당의 마린 르펜 대표의 측근들이 구금됐다. 지난 20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경찰이 파리 외곽에 있는 FN 당사를 압수수색한 지 이틀 만이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르펜의 국민전선(FN) 당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르펜의 경호원인 티레리 레지에와 비서실장인 카트린 그리제를 22일 오전(현지시간) 구금 조치했다.
르펜은 자신의 보디가드인 티에리 레지에를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허위 고용해 지난 2011년 10~12월 4만1,500유로(5,000만원 상당)를 부당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또 비서실장인 카트린 그리제 역시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등록시켜 2010년 12월부터 2016년까지 월급으로 총 29만8,000유로(3억6,000만원 상당)를 챙겨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럽의회 보좌관은 유럽연합(EU) 의회가 소재한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룩셈부르크 중 한 곳에서 실질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그러나 유럽의회 조사국과 프랑스 경찰은 레지에와 그리제 모두 파리와 그 인근에서 근무해 관련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자신의 두 측근을 구금하자 르펜은 즉각 성명을 내고 “프랑스 국민은 진실과 정치적 음모를 정확히 구분할 줄 안다”며 반발했다.
극우성향으로 분류되는 르펜은 대선 1차 투표 지지도 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득표자만으로 2차 결선투표를 진행해 최종승자를 가린다.
르펜은 2차 투표에서는 라이벌인 공화당(중도우파)의 프랑수아 피용이나 ‘앙마르슈’(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압도적인 표차로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에 이어 르펜 대표까지 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대선 결과는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앞서 차기 프랑스 대통령으로 유력시됐던 보수 공화당의 피용 전 총리는 아내를 10년 이상 보좌관으로 허위 채용해 84만유로(약 10억2,000만원)를 월급 명목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급락해 낙마 위기에 몰린 상태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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