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9건이 발의된 전월세상한제 입법안은 임대차 재계약 시점에 임차료 인상률을 연간 5%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 전월세 계약이 끝났을 때 임차인이 1회에 한해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계약 연장을 보장하도록 하는 계약갱신 청구권도 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제도 도입 공약을 내걸었지만 백지화하는 등 과거 정부에서 수차례 논란과 폐기를 반복했다. 도입 찬성측은 계약관계상 약자인 임차인의 거주권을 보장하고 주거비용 인상에 따른 탈서울·도시 현상을 늦추는데 전월세상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측은 이 제도가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집주인이 최초 계약시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려 단기 전월세 가격 급등의 부작용만 발생할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찬성한다. 최근 몇 년 간 전월세 가격의 급격한 상승 때문에 임차인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찬성의 배경이다. 다만 제한적인 찬성에 동의하고 그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현재 전월세상한제의 개념은 전월세 등의 임차료 상승폭은 5%로 제한하고 현행 2년인 임차기간을 계약갱신청구권을 둬 4년으로 최소한 한 번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부동산114 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전세가격은 4.04% 상승했다. 반면 매매가격은 4.42% 상승했다. 전세가격 상승폭이 매매가격 상승폭보다 낮았다. 일견 전세가격 상승세가 매매가격 상승세에 뒤진 것으로 볼 수 있으나 2015년 전국 평균 전세가격은 13.4% 상승한 반면 매매가격은 6.1%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국적으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두 배 이상 수준 상승했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인 것은 비단 2015년 한 해 만의 결과가 아니다. 2010년 10.3%, 2011년 3.4%, 2013년 12.3%, 2014년 13.4% 등 2010년 이후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세를 보인 것이 7년 중 4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는 측면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세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전세값이라는 지표의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제한적인 전월세상한제 도입의 필요성과 맥을 같이 한다. 첫째, 임차인의 주거권 보장이다. 쌍방 간의 계약에서 임차인은 약자다. 계약에 의한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로써 전월세상한제의 도입은 필요하다. 물론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현 임차인에게는 유리할 수 있고 따라서 다음 임차인은 임대인이 시장 가격으로 오른 가격에 이전 임차인에게서 받지 못한 상승분을 추가로 인상해 계약하거나 민법상 갱신 거절의 정당사유로서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도입은 바람직하다.
둘째, 전세값의 상승으로 인한 탈서울, 탈도심화의 인구이동은 도시의 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세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급격하게 오른 서울의 경우 탈서울 바람으로 인구 1,000만시대가 깨진지 몇 년 째다. 아파트 매매값이 오르고 전세값이 따라 오르면 거주하고 있는 주택 이외의 아파트를 임차하고 있는 소유자들 입장에서는 자산가치의 상승이라는 측면에서 일견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 되면 어쩔 수 없이 인구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탈도시화로 인해 고가 임차주택의 공가 현상이 발생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향후 인구감소와 도심공간의 공동화에 따른 도시의 쇠퇴를 막는 회복탄력성 도시(resilience city) 또는 스마트 쇠퇴(smart decline)로서의 압축도시(compact city)를 위해서라도 도심인구의 유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전월세상한제 도입은 필요하다.
다만 제한적인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는 우선 임차인의 주거권을 전월세상한제를 통해 보장한다고 할 때 그 지역, 그 시장은 우리나라 전역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대도시를 제외한 일반적인 지역에서의 전월세 문제는 전월세상한제 기준인 5% 이하의 상승을 보여 전월세 가격 상승의 문제라기보다는 주거복지차원의 배려가 요구되는 곳이 많다. 또는 반대로 특정 도시나 지역에서의 임차료 상승 문제는 기준을 제한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둘째, 전월세상한제는 2011년초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2015년 한국주택학회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차원에서 이미 ‘도입 불가’를 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전월세상한제의 도입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계층과 도시를 감안한 제한적 도입이 현실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대해 단순히 무조건적인 전월세 상승에 반대 의사로서의 ‘찬성’이 아니라 전월세상한 규제를 통해 70년대 이후 ‘개발의 시대’가 끝나고 ‘관리의 시대’로 돌아선 우리의 도시와 지역의 경제·사회·문화적 재생을 통한 재도시화(re-urbarn)의 도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국가간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는 대외여건 속에서 전월세가격 상승으로 인한 도시인구의 외연적 탈출은 국가적으로도 도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보탬 될 것이 없다. 개인 및 가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전월세상한제 도입은 단순히 전월세의 가격 상승을 제한한다기보다 도시 및 지역에 더 많은 편익을 가져다 주기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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