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추진하려는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 집중투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감사위원 선임시 의결권 제한 등이다. 내용이 매우 복잡하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들은 한 가지 정책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기업의 대주주, 특히 재벌을 악한 존재로 보고 그들의 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것이다. 숫자로 보면 대주주가 소수고 소액주주가 다수다. 즉 개정안은 다수의 권한을 강화하는 경제민주화라는 틀에 담겨 있다. 민주제도는 사람 수가 중요하고 다수의 결정이 옳다는 제도다. 그러나 기업을 포함한 경제정책의 척도는 ‘사람 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직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민주라는 잣대로 경제정책을 만들면 그 국가의 경제는 반드시 망한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많은 입법안이 이미 이런 전철을 밟았으며 이번 상법 개정안도 그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제 망치기 정책’이다.
시장경제 체제는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시장경제의 다른 표현은 기업경제다. 즉 기업이 시장경제의 핵심이므로 기업 없이는 시장경제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을 억압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억압하는 것과 같다. 한국에서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대기업, 특히 재벌기업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대기업의 경영활동을 탐욕과 착취로 인식하고 대기업을 악마 같은 자본주의의 대표적 얼굴로 인식한다. 재벌기업의 경영자도 탐욕스러운 존재이므로 제도적으로 억압하고 규제하지 않으면 그들의 이윤추구 욕심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액주주는 다수이지만 상대적으로 약자이므로 정책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강자 규제와 약자 보호라는 단순공식을 통해 탄생했다.
한국의 대기업은 국가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중추다. 모든 기업이 대기업이 되려는 것은 모든 학생이 우등생이 되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다. 대기업의 경쟁 무대는 국내가 아니고 국제시장이다. 대기업의 성장은 국제시장에서 경쟁해 얻은 부가가치가 국내에 되돌아옴을 의미한다. 기업은 기업가의 기업가정신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따라서 기업가는 한국의 경제 발전에 소중한 자산이다. 대기업의 대주주는 치열한 경쟁세계에서 자신의 모든 재산을 걸고 경영하는 경제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전사다. 따라서 기업 지배구조도 당연히 대주주의 재산권과 경영권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더 열심히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소액주주는 다수이지만 기업에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경영이 아니고 주식가치다. 그들은 소유한 주식의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주식을 팔고 다른 주식의 주주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대주주와 소액주주는 같은 기업의 주주이지만 관심사가 다르다. 지배구조가 대주주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주주의 재산권과 경영권을 보장해줘야 더 열심히 사업할 수 있다.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상법 개정안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러나 대기업을 규제해서는 경제 발전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재벌을 규제하는 이번 개정안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법안이 아니다. 오직 경제를 진영논리로 나눠 재벌을 규제함으로써 대중의 감성을 자극해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대기업은 우리 사회의 악이 아니다. 대기업은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다. 정부는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좀 더 열심히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국회는 상법 개정안으로 대기업을 악으로 규정하고 국가 경제를 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재벌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한풀이 굿’을 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은 지극히 단순하다. 지금처럼 대기업을 규제하려 하지 말고 더 많은 대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기업의 모든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