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정치 일정이 어느 정도는 구체화 된 상태라고 보고 있다. 대선 출마는 이미 기정사실로 봐도 되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정당으로 갈 시기만 달라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3일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통 보수 세력에서 세울 수 있는 대선 후보는 황 대행이 유일하다는 것은 이미 정치권의 정설”이라면서 “황 대행을 둘러싼 환경이 이미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범여권을 통틀어 두자릿수 지지율이 나오는 유일한 인물이기에 정통 보수 세력으로서는 황 대행 외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황 대행 측근들은 “황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제대로 하나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정을 넘기고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 있겠냐”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정치권은 황 대행이 사실상의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황 대행은 22일 규제개혁 관련 토론회를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했다. 기독교인인 황 대행은 평소 술은 전혀 마시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무대에서 주류 통신판매를 원하는 한 사업자와 막걸리를 맛보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한 시각장애인과 함께 무대에 올라온 보조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보는 이들 사이에선 “누가 봐도 황 대행 자신을 위한 행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황 대행의 정치 일정은 헌재 심판 결과에 달렸다.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황 대행은 즉각 총리직을 사임하고 자유한국당에 들어가 60일간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을 기각할 경우에는 황 대행도 보다 여유가 생긴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재장악해 나가는 과정을 일정 시간 돕다 내각 개편 때 차기 총리가 지명되면 자연스럽게 대선 주자로서 새누리당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 전 자진 하야를 할 경우에도 황 대행은 즉각 자유한국당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이 ‘차기 정부에서의 박 대통령 사법처리’에 합의할 경우 보수층은 황 대행 당선을 위해 세력을 총집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황 대행의 대선 출마는 당선 여부와는 무관하게 출마 차제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 세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급부상함과 동시에 자유한국당을 접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만약 훗날 범여권이 하나의 당으로 통합할 경우 황 대행은 명실상부한 보수의 1인자로서 차차기 대선을 노릴 수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황 대행은 흙수저 출신이라 스토리도 좋고 나이도 60세로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어서 차차기 주자군으로 분류해도 이상할 게 없다”면서 “낙선하더라도 야당 지도자이자 차차기 주자라는 지위를 얻을 수 있어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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