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후임 지명 움직임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에 새로운 갈등의 씨앗으로 떠올랐다. 후임 지명을 이유로 오는 27일 예정된 최종변론을 거부하고 변론 절차를 더 이어가려는 대통령 측과 후임 지명이 탄핵심판 일정에 변수가 될 수 없다는 국회 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헌재도 예정된 절차를 변함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최종변론이 파행을 빚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24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은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종결된 후 오는 3월13일 퇴임하는 이 대행의 후임자에 대한 지명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새 재판관 후보는 이르면 최종변론일 다음날인 28일께 발표된다. 이 대행이 퇴임하면서 생기는 재판관 공백 사태에 대한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법원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통령 측은 즉각 최종변론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 대행의 후임이 임명되면 헌재가 우려하는 ‘7인 재판관 체제’라는 비상상황을 막을 수 있는 터라 굳이 3월13일 이전 선고를 맞추기 위한 27일 최종변론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여기에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 절차 등 재판관 임명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이용해 추가로 변론기일을 지정하며 시간을 끌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장이 후임자를 지명하면 헌재에 변론 종결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겠다”며 “대리인단과 상의해 변론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측이 헌재가 정한 최종변론기일을 거부하면서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손 변호사는 “상황이 변했는데 대통령이 출석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대통령 불출석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반면 국회 측은 이 대행 후임 지명을 이용하려는 대통령 측 움직임에 대해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소추위 관계자는 “두 달 보름 이상 진행해온 재판의 최종변론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핑계”라며 “이 사건은 27일 변론을 종결하고 사실상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 역시 “심판 절차 진행은 후임 인선과 무관하고 최종변론일 변경은 없다”며 후임 인선을 둘러싼 논란을 일축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8명의 재판관이 합의해 고지했기 때문에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전원 출석하지 않는다 해도 최종변론은 그대로 진행된다”고 밝히면서 절차 진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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