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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싱글라이더’ 공효진, “칭찬 받는 것도 중독 인 것 같아요”

1999년 김태용 민규독 감독의 ‘여고괴담2’로 데뷔 이후 18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배우 공효진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입지를 쌓아왔다. 최근 이언희 감독의 ‘미씽: 사라진 여자’(2016)로 절정의 인생연기를 보여준 공효진은 이주영 감독의 ‘싱글라이더’로 다시 한번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칭찬 받는 것도 중독 인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배우, 그렇기에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와의 인터뷰는 흥미진진했다.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병헌 분)이 부실채권 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연기한 수진은 남편의 제안에 따라 아이와 함께 호주로 이민을 가,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인물.

시나리오의 완성도 및 긴 여운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힌 공효진은 “수진이라는 캐릭터는 그 동안 맡았던 역할들과 많이 다르다”며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평범한 캐릭터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 따라 공효진이 분한 ‘수진’이란 인물은 극 중 20분가량 등장하고, 그것마저도 남편 재훈(이병헌)의 눈에 비친 모습만 나온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공효진이 맡기엔 너무 밋밋한 캐릭터 아닌가’라고 평을 할 수 있다.

물론, ‘수진’의 첫 인상은 전형적인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이다.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배우 공효진의 호흡을 입는 순간, 수진의 ‘외로움’과 ‘쓸쓸함’에 눈길을 주게 된다. 특히 마지막 화장실 오열신은 수진의 회한을 응축시켜 전달한다.

공효진은 “수진의 주 임무는 남편 재훈을 쓸쓸하게 만드는 역할인데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갔다”며 “누군가가 보기엔 눈에 띄게 캐릭터적이지도 않고, 미화된 캐릭터도 아니다고 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소신으로 영화에 올인 해 작업했지만, 막상 대중 앞에 영화를 공개하는 순간이 오자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던 게 사실. “저도 사람이라서 그런지, 막상 완성본을 보니 살짝 김이 빠지기도 했어요. 워낙 재훈 캐릭터가 보여줄 게 많은 작품이잖아요. 한 없이 높은 선배이자, 같이 연기하고 싶고, 또 한 수 배우고 싶은 선배랑 작업을 하게 돼서 좋았어요. 병헌 선배가 아닌, 또래 배우가 ‘재훈’ 역을 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부부 역할로 알려졌지만, 정작 영화 속에서 공효진과 이병헌은 붙는 신이 거의 없다. 공효진은 “이번에는 병헌 선배와 워밍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추후 이병헌 선배와 다시 한번 작품으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수진은 많은 기혼자 여성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죠. 그래서 불필요한 살이나 장치를 붙이지 않고 표현했어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훈의 감정이니까요.“라고 작품의 핵심을 짚었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 미쓰 홍당무(2008),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2010), 러브픽션(2012), 고령화 가족(2013), 외에도 드라마 고맙습니다(2007), 파스타(2010), 최고의 사랑(2011), 주군의 태양(2013), 괜찮아, 사랑이야(2014), 프로듀사(2015), 질투의 화신(2016) 등에서 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을 보여 준 18년 차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나무 말고 숲을 본 것 같아서 좋아요.”라고 소감을 표했다.

한 없이 쓸쓸한 재훈의 아내로 녹아든 공효진의 내공이 돋보이는 한 마디는 “제 색을 희석시키는 찬스로 생각했다”고 말 한 것.

“저도 어떻게 해서든 강렬하게 날 보여주겠다는 욕심으로 가득한 때가 있었죠. ‘밋밋한 역할이지만 내가 살려내겠어. 강렬하게 관객들의 기억에 남기겠어.’ 이런 식으로요. 그게 배우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고 잘못 생각할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다 때가 있는 거죠. 병헌 선배에 비하면 한참 어리지만, 지금의 전 어떤 이미지를 각인 시키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진한 색깔을 희석하는 것도 필요한 때라고 봤어요.”

‘미씽’ 때도 그렇고, 이번 ‘싱글라이더’ 개봉 소식이 전해지자 ‘공효진이 사랑스런 ’공블리‘ 캐릭터를 내려놓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공블리를 놓은 게 아니냐구요? 그게 떠나보낸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죠. 배우에겐 오히려 그게 다행이죠. 배우가 스릴러를 한다고 해서 스릴러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젤리(공블리 이미지)가 물이 돼서 더 이상 젤리로 돌아올 수 없는 게 아니에요. (공블리)농도가 짙어지기도 하고 옅어지기도 해요. 그렇게 배우는 왔다갔다 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이병헌이 보는 공효진의 가장 큰 장점은 “상황 속에 들어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 이병헌은 ‘싱글라이더’ 인터뷰에서, “효진씨에게 막상 물어보면, ‘저 항상 긴장하면서 연기해요’ 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는 배우 공효진씨는 긴장감이 없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 좋은 배우입니다.”고 전했다.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모험을 감행하는 행보에 있었다. 공효진은 “다행히 그동안 운이 좋아서 다양한 변화를 줬고 성장의 타이밍을 잡았죠.”라고 말했지만, 그의 말처럼 누구나가 인정하는 연기력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작년보다 올해가 조금 더 나았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저에 대해 기대해주고, 배우로서 칭찬 받는 것도 중독인 것 같아요. ‘조금 만 더’ 노력해야지 생각하다보면, 보통보다 더 잘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 그렇게 변화하고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어요.”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기자가 그의 날 것의 연기를 본 건 2015년 연극 ‘리타 길들이기’를 통해서다. 역대 리타인 최화정, 전도연, 이태란에 이어 2015년 더블로 출연한 강혜정과는 또 다른 리타를 설득력 있게 소화해내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내보였던 작품이기도 하다.

단 한편의 연극이 공효진이란 배우의 스펙트럼 전체를 돌아보게 했다면, 배우 스스로에겐 “작품 전체를 보게 해준 터닝 포인트”로 기억됐다. 그렇게 30회가 넘는 연극 회차를 소화하면서, 그는 기승전결로 관객을 설득시키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님을 깨닫게 된다.

“똑같은 걸 30번 넘게 반복하다보니까 한 작품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용을 아는 작품을 하다 보니, 전체를 본다는 게 뭔지 깨달은 것 같아요. 이 러닝타임 쯤 왔을 땐 ‘날 동정하게 만들어야 해’ 이게 아니라는거죠. 내 캐릭터의 기승전결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내용 안에 제가 맡은 인물이 포함되는 게 맞아요. 결국엔 작품 전체가 이해가 되고, 밉고 이상하고 그랬는데 저 인물도 안 됐다. 그게 결과죠. 2시간 가까이 지속되는 연극 경험을 통해 훨씬 더 풍부한 연기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중한 것들을 밀어놓지 말라’ 영화의 주제에 대해 공효진은 “우리는 왜...일어나지 않은 일을 왜 걱정하면서 살아가게 됐을까요? 암담해요.”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준비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은 결국 ‘현재 삶에 대한 공허함’으로 이어지고 ‘소비욕’으로 연결된다고 봤다.

“지금 계절이 겨울인데, 봄에 입을 옷을 걱정해요. 왜 매 계절마다 코트는 사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요? 친구들이 집에 택배 오는 게 좋대요.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박스가 있다는 게 행복한 느낌을 주나봐요. 사실 자기 돈 주고 산 것인데도요. 그렇게 구매 해놓고 ‘왜 샀을까?’ 또 걱정해요. 이런 저런 걱정을 떨치는 게 매일 매일의 일이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이 가진 이런 욕구가 싫어지기도 하지만, 이 시대가 만든 소비욕이 싫어요.”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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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왼쪽부터 이주영 감독,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편하게 이야기를 하나 하나 들려주던 공효진은 인간이 지닌 욕구 중 소비욕 혹은 구매욕보다 발전시키면 좋은 것이 있다고 알려줬다. 바로 ‘사람 외에 살아있는 다른 걸 돌보는 욕구’이다. 인터뷰 중간 2010년 국내 연예인 저서 중 환경에 관한 책을 최초로 출간하며, 관심을 받은 환경 에세이집‘ 공책’ 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공책’이란 환경 책을 쓰기도 했지만, 죽은 줄 알았던 꽃이나 식물이 다시 살아나는 걸 보고 행복감을 느꼈어요. 나 이외에 살아있는 것들을 돌보는 기쁨이 생각보다 커요. 그래서 그런지 옷가게 가는 것보다, 화훼단지에 들어서는 게 더 흥분돼요. 거기선 천원, 이천원만 있으면 살아있는 작은 화분들을 살 수 있어요. 그걸 키우면서 ‘진짜 꽃이 폈네’ 라며 희열을 느껴요. 요즘 바빠서 솔직히 자연에 대한 관심이 퇴보한 감도 있는데, 다시 시작하려구요. ”

배우로서의 도전, 환경에 대한 관심 등 공효진이 뿌려놓은 건강한 씨앗은 다양한 곳에서 생명력을 머금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번 ‘싱글라이더’ 속 수진 역시 다음을 위한 또 다른 씨앗이었다. 그는 2007년 허진호 감독의 ‘행복’에서 뿌린 씨앗이 노희경 작가의 ‘괜찮아, 사랑이야’로 돌아왔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뿌려놓은 씨앗들은 나중에라도 거두기 마련인가봐요. 영화 ‘행복’에서 제가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요염하고 섹시한 역할에 도전했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저에게 주어지는 역은 와일드한 역이었어요. 그런데 몇년 후에 노희경 작가님이 영화 ‘행복’을 보고 저에게 지해수란 캐릭터가 어울릴 거란 생각이 들어 캐스팅했다고 하셨어요. 이번 수진도 많은 이들이 저랑 연관 없다고 여기는 인물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씨앗을 거두지 않을까요?(웃음)”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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