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우리 팀에 더 있어달라고 빌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그의 집에 가서 밤을 샐 것이다.”(조제 모리뉴 맨유 감독)
감독의 얘기만 들어봐도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케인(24)과 이브라히모비치(36), 두 ‘띠동갑’ 골잡이의 발끝이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를 주무르고 있다.
케인과 이브라히모비치는 27일(한국시간) 경기에서 나란히 골 폭풍을 일으켰다. 케인은 스토크시티와의 정규리그 런던 홈경기(4대0 토트넘 승)에서 불과 전반 37분 만에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오른발·왼발 슈팅에 프리킥까지 다 보여줬다. 이브라히모비치는 리그컵 결승 사우샘프턴전(3대2 맨유 승)에서 전반 프리킥 선제골과 후반 42분 헤딩 결승골로 영국의 축구성지 웸블리를 접수했다.
‘펄펄 나는’ 케인
최근 9경기서 세차례 해트트릭
정규리그 득점 공동선두로 등극
케인은 단숨에 정규리그 득점 공동선두로 올라서 2년 연속 득점왕 가능성을 키웠다. 17골로 로멜루 루카쿠(에버턴)·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와 동률. 다음달 5일 있을 루카쿠와의 정규리그 맞대결이 더욱 흥미롭게 됐다. 케인은 지난 20일 FA컵에 이어 1주일 만에 다시 한 경기 3골을 넣는 등 최근 9경기에서 세 차례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기계처럼 득점을 퍼붓고 있다. 정규리그에서만 통산 네 차례 해트트릭을 남겼는데 토트넘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스물네 살 선수를 두고 벌써 ‘레전드’를 언급한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오랜 임대생활을 거쳐 팀에 안착한 이후 케인은 세 시즌 연속 20골을 넘어서며 꾸준함도 증명했다. 올해 들어 시즌 11경기에서 12골을 따내고 있다.
‘무르익은’ 이브라히모비치
리그컵 결승 사우샘프턴전서 2골
맨유 우승 견인…올시즌 득점 1위
정규리그와 다른 경기를 포함한 시즌 득점에서는 케인이 아닌 이브라히모비치가 ‘왕’이다. 15골로 정규리그 득점 5위에 올라 있는 그는 리그컵과 유로파리그·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득점을 더하면 26골(케인은 22골)로 당당히 프리미어리그 선수 중 1위다. 지난 여름 자유계약 신분으로 파리 생제르맹에서 건너올 때만 해도 그의 나이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팬들의 태도가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리뉴 감독은 “우리는 모두 그가 한 시즌 더 맨유에 남을 거라고 믿고 있다”는 말로 서른일곱 살에도 여전한 골 감각을 선보일 이브라히모비치의 모습을 기대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맨유 이적 당시 ‘1+1년’ 계약에 사인했다. 그는 리그컵 우승을 이끈 뒤 “입단하면서 우승하기 위해 왔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승을 예고하고 결국 해낸다. 그게 다른 선수들과 나의 차이”라고 했다. 그는 또 “모든 우승은 가치 있다”며 “오늘로 32번째 우승인데 우승 메달만 따로 모아놓은 집을 갖고 있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자랑도 잊지 않았다. 그에게 맨유는 프로 데뷔 후 8번째 팀이다. 네덜란드·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한 그는 6개의 각기 다른 팀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득점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이브라히모비치와 달리 케인은 토트넘 유스팀 출신으로 2009년 열여섯 살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후에도 토트넘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네 곳에서 임대선수로 뛴 뒤 2013-2014시즌 친정에 정착했다.
토트넘과 맨유의 시즌 첫 대결인 지난해 12월 맨유 홈경기에서는 맨유가 1대0으로 이겼다. 케인과 이브라히모비치는 나란히 풀타임을 뛰었지만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 양 팀의 시즌 2차전은 오는 5월13일로 예정돼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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