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 2017’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낯익은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만 해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노키아다. 이날 노키아가 선보인 휴대폰 4종 가운데 관람객들의 주목을 끈 모델은 ‘노키아3310’. 이 기종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1억2,600만대가 팔리며 노키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피처폰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왜 하필 피처폰일까. 영국 텔레그래프는 “스마트폰에서 오는 피로의 반작용으로 단순함을 추구하는 아날로그 소비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날로그의 부활은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지난 1월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는 코닥이 파산보호 신청 5년 만에 35㎜ 엑타크롬 슬라이드 필름을 들고 나와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해 공중 분해될 뻔했던 회사가 아날로그 필름을 들고 컴백한 것이다.
복고주의 열풍은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거센 바람이 부는 곳은 음반 시장이다. 스마트폰과 PC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지만 최근 들어 LP음반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LP음반은 처음에는 1980~1990년대 가수들의 옛 음반을 재발매하는 형태로 등장했지만 요즘에는 아이돌을 비롯한 인기 가수들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10~20대는 LP를 돌릴 수 있는 턴테이블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소장용으로 LP를 구매하기도 한다.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와 활판 인쇄 청첩장의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아날로그 부활의 한 단면이다.
진부한 옛날 제품들이 다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향수 마케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아날로그가 디지털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쨌거나 디지털 현상이 확산되면 될수록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날로그 붐도 더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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