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제 헌법재판관들의 마지막 헌법적 판단만 남게 됐다. 3번의 준비기일과 16차례의 변론기일, 27일 열린 최종변론까지 총 20번의 심판절차가 27일 마무리됐다. 국회 소추위원단이 탄핵의결서에 제시한 13가지 탄핵 사유는 재판부의 조정으로 5개로 유형화됐다. 재판부도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각종 법률 위배 등 5개 탄핵 쟁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최순실 국정농단…대통령 ‘중대 과실’ 인정할까=재판관들은 이번 탄핵 사건의 발단이 된 최순실씨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위반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헌법 제88조, 제89조),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 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등 헌법 조항을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측은 “대통령은 최씨를 적극적·능동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개입하도록 해 자신이 의도한 대로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도록 조장·방조했다”고 최종변론에서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 측은 “대통령은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 못했고 최씨의 의견을 들어 일부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명백하고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관련 사건이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아직 수사도 진행 중이라는 점이 소추사유의 사실 확정과 중대한 법 위반인지를 판단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뇌물죄’ 판단 여부가 탄핵 방향성 결정=대통령의 권한 남용에 관련된 쟁점도 재판부가 가려야 할 주요 쟁점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고 대기업을 강요해 수백억원의 뇌물성 기금을 모금하고 안종범 수석비서관 통해 사기업에 금품 출연을 강요해 뇌물을 수수하거나 최순실에 특혜를 강요한 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회 측은 영업 및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시장경제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직권남용(형법 제123조), 강요(제324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죄(형법 제129조 제1항 또는 제130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형법 123조) 등의 규정들을 위배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탄핵심판의 쟁점인 ‘뇌물죄’ 적용에 대해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탄핵 유무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측은 “재단은 좋은 뜻으로 설립됐고 이를 통해 뇌물이나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는 “대통령이 어떤 이득을 취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행위를 경제수석을 통해 했다는 거 자체가 헌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며 맞서고 있다. 재판부는 16차례 변론에서 나온 관련 증인들과 양측에서 제출한 각종 증거자료 등을 바탕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법률적 책임 인정 여부가 핵심=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문제에 대한 재판관들의 판단도 탄핵 방향성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관들 판단의 기준이 될 규정들로는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헌법 제10조), 국가의 재해예방과 국민보호(헌법 제34조 제6항), 성실의무(국가공무원법 제56조) 등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대통령이 그 의무를 저버리거나 불성실하게 직책을 수행했다’는 국회 측 주장과 ‘정치적 책임은 모르겠지만 법률적 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대통령 측 주장을 두고 재판부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탄핵소추 사유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대통령측이 꾸준히 제기 해온 ‘8인 체제’에 대한 정당성 여부도 재판관들 사이에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측은 8인 체제가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으로 구성한다’는 헌법 111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헌재법 제23조에 나온 ‘7인이면 사건의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면서 8인 또는 7인의 헌법재판관이 심리를 넘어 ‘평의’와 ‘선고’까지 하는 건 대통령의 기본권 침해라고 보고 있다. 반면 국회측은 “8인 재판관 체제로 이뤄진 결정이 무수히 많고, 이같은 재판이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도 있었다”며 반박했다.
/노현섭 김우보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