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 오픈 우승자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오렌지 보이’ 리키 파울러(29·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통산 4승째를 거뒀다.
파울러는 유명세에 비해서는 승수가 많지 않다.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54홀(3라운드)까지 단독 또는 공동 선두로 나섰던 4차례의 기회를 한 번도 우승으로 연결하지 못했었다. 역전패의 트라우마를 씻어낸 그는 “이제 좀 편안해질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파울러는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내셔널 골프장(파70)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1타를 잃었지만 고비 때 터져준 퍼트 덕분에 선두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2위 모건 호프먼, 개리 우들랜드(이상 미국·8언더파)를 4타 차로 제치고 우승상금 115만2,000달러(약 13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17개월 만의 PGA 투어 대회 우승이었다. 2012년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파울러는 2015년 9월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16-2017시즌 들어 5개 대회에서 10위 안에 드는 회복세를 보인 그는 이번 우승으로 다시 한 번 최정상급 대열로 발돋움할 전기를 만들었다. 한때 5위까지 갔다가 14위까지 밀린 세계랭킹은 9위로 13개월 만에 톱10 에 재진입하게 됐다.
이날도 우승이 쉽지만은 않았다. 4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파울러는 전반에 2타를 잃어 악몽을 재연하는 듯했다. 3번홀(파5) 버디를 4번홀(파4) 보기로 바꿨고 6번홀(파4)에서는 티샷을 당겨 쳐 워터해저드에 빠뜨린 끝에 더블보기를 범했다. 후반 들어서는 안정을 찾았다. 열쇠는 퍼트였다. 12번홀(파4)의 12m, 13번홀(파4)의 7m 남짓한 버디 퍼트가 연달아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심리적인 부담을 덜 수 있었다. 16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경쟁자들을 떼어낸 그는 17번홀(파3)과 18번홀(파5)에서 각각 워터해저드와 벙커에 볼을 빠뜨리며 1타씩을 잃었으나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울어진 상태였다. 파울러는 “후반 긴 버디 퍼트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힘든 경기가 됐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선두로 나섰을 때의)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 같다. (4월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앞두고 필요했던 일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승열(26)은 공동 43위(이븐파), 강성훈(30)은 공동 52위(2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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