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영화축제인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빚어진 사상 최악의 오점은 작품상 번복 해프닝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아카데미 시상식 중간에 최근 타계한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고인을 추모하며’(In Memoriam)라는 코너에서 생존인물을 고인으로 둔갑시키는 치명적 실수까지 범했다고 CNN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로 이 코너에서는 지난해 10월 타계한 호주 의상 디자이너 재닛 패터슨을 소개하면서 관련 사진에서는 멀쩡히 살아있는 호주의 영화 프로듀서 얀 채프먼이 올라왔다. 재닛 패터슨과 얀 채프먼을 혼동해 빚어진 실수로 알려졌다.
채프먼은 “내 훌륭한 친구이자 오랜 협력자인 재닛 패터슨을 추모하는 코너에 내 사진이 올라와 너무 당황했다”면서 아카데미 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녀는 “재닛은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차례나 후보로 오른 사람이며, 나는 생존해있고 지금도 제작자로서 활동 중”이라며 “어떻게 이런 실수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제인 캠피언 감독의 1993년 영화 ‘피아노’에서 각각 제작과 의상을 담당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에이즈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한 할리우드 배우 알렉시스 아퀘트가 이 코너에서 누락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많았다.
루이스 아퀘트 아들이자 패트리샤 아퀘트의 동생인 알렉시스는 ‘펄프픽션’, ‘웨딩 싱어’, ‘처키의 신부’ 등의 영화에 출연한 바 있다.
2006년 공개적으로 성전환자임을 밝혀 화제를 모았으며 2007년에는 성전환 수술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알렉시스 아퀘트, 그녀는 나의 형제’에도 출연했다.
이에 누이 패트리샤 아퀘트는 “성전환 아이들이 학교에서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면서 “그들은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알렉시스가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중요한 사람이었는데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코너에서 그가 누락된 것은 성전환자에 대한 아카데미 측의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진=CNN 방송화면 캡처]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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