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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확 늘린 트럼프 '힘을 통한 평화' 시동

전년보다 10% 증액 6,030억弗

이라크 전쟁기 이후 최대 증가폭

무력 앞세운 대외정책 우려 커져

"환경·복지비 줄여 충당" 전망에

美 정치권 '예산갈등' 깊어질 듯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보험회사 경영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백악관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간담회에서 미국의 내년도 예산안을 ‘공공안전과 국가안보 예산’으로 명명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는 내년도 예산안 기조를 공개하며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의 닻을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비를 늘리는 만큼 해외 원조비를 비롯해 다른 부처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의 위상이 강화되는 대신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협상과 원조에 중심을 뒀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외교 기조가 군 중심으로 180도 뒤집힐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2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국방비 예산을 전년비 10%가량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첫 예산안 초안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국방비는 전년 대비 540억달러(약 61조원) 늘어나 총 6,030억달러로 불어나게 된다.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이어가던 지난 2007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반면 비국방예산은 국방비 증액 규모만큼 줄어 총 4,620억달러로 책정됐다. 멀베이니 국장은 “다른 나라에 주는 예산을 줄이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이라며 국무부 산하 해외원조 예산이 주요 삭감 대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전미주지사협회 간담회에서 예산안 기조를 설명하며 ‘협상’에서 ‘힘’으로 대외정책 기조가 변할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에는 미군을 재건하기 위해 국방비 지출을 역사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며 “공공안전과 국가안보 두 분야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외원조 분야 중 중동 관련 지출이 지나치다고 지적하며 “미국은 중동에 6조달러나 썼지만 정작 우리 고속도로에는 구멍이 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해외원조가 국가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며 예산 감축이 세계적인 불안을 추동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늘어난 국방비의 용도를 국방부가 자체 결정하도록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어느 분쟁지역에 군비를 집중할지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남중국해와 중동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핵심 항로나 해상 요충지에 주둔하는 군사력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은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략을 보고했으며 “(전략에) IS 타도를 위한 모든 선택지가 포함됐다”고 밝혀 지상군 파병을 시사하기도 했다.



비국방예산 삭감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 골격이 공개되면서 미국 정치권은 ‘예산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민주당은 국방비 증가가 환경·복지예산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 예산안은 소비자 보호, 환경 보호 기관의 예산 삭감을 의미한다”며 “중산층 지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산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상원 의석 60석이 필요하지만 현재 공화당 의석은 52석에 불과해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체화된 세부 예산안에서 재정 건전성 조치가 부족할 경우 공화당 내부의 반대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스탠 컬렌더 전 의회 예산위원회 위원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50대 50”이라고 전망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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