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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커피메이트’ 멜로도, 커피도 모두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3월 1일 개봉하는 영화 ‘커피메이트’는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독특하고 보기 드문 작품이다. ‘커피메이트’는 한 유부녀의 일탈을 다룬다는 점에서 불륜을 소재로 하지만, 일반적인 불륜 영화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그런 공식에서는 완전히 벗어나 있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 성공한 남편을 만나서 그럭저럭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주부 인영(윤진서 분)은 매일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던 중 인영은 자신처럼 매일 커피숍에 오는 가구 디자이너 희수(오지호 분)를 만나게 된다.

영화 ‘커피메이트’ 오지호 윤진서 / 사진제공 = 스톰픽쳐스 코리아




‘커피메이트’는 큰 틀에서는 유부녀인 인영(윤진서 분)이 희수(오지호 분)와 불륜을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이들의 불륜은 매우 독특하다. ‘커피메이트’라는 제목처럼 윤진서는 오지호에게 오직 두 사람의 관계와 이야기는 커피숍 안에서만 성립하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그들은 손 한 번 잡지 않으면서도 커피숍 안에서만큼은 실제 부부보다 더 친밀한 정신적 교감을 나눈다.

‘커피메이트’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통해 두 남녀의 만남을 성사시키지만, 정작 두 남녀의 관계는 불륜이라기보다 정신과 상담에 가깝다. 오지호는 윤진서와의 대화를 통해 철없던 대학생 시절 있었던 일에 대해 치유를 받는다. 윤진서 역시 오지호와의 만남을 통해 살면서 단 한 번도 자기 주장을 펼쳐내지 못한 채 억눌리며 살아온 자신의 자아를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된다.

이야기적으로는 분명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하지만, 정작 영화적인 완성도에서는 ‘커피메이트’는 낙제점에 가깝다. 소설이라면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처럼 1인칭 시점과 정교한 은유를 담아내는 매혹적인 작품이 됐을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커피메이트’의 이야기는 글로 써진 이야기를 영상과 소리, 그리고 배우의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종합적으로 보여지는 영화라는 매체와의 만남은 최악에 가깝다.

이현하 감독은 ‘커피메이트’라는 소재에 지나치게 집착해 오지호와 윤진서가 서로 커피숍에서 나누는 대화를 일일 아침드라마를 보듯 단조로운 앵글로 충실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두 인물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설명하는 과거 회상에 대해서도 오지호와 윤진서의 내레이션이 쉬지 않고 들어가며 영상을 통한 은유적인 표현을 내다버린다. 오직 남은 것이라고는 두 인물의 대화가 전부다.



영화 ‘커피메이트’ 오지호 윤진서 / 사진제공 = 스톰픽쳐스 코리아


더욱 심각한 것은 오지호와 윤진서의 지나치게 단조로운 대사톤이다. 오지호는 분명 목소리가 좋은 배우지만, 영화 내내 그의 대사에는 음의 고저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단조로운 톤이 반복된다. 윤진서는 대사가 영화의 팔할 이상을 차지하는 이 영화에서 단조로운 톤의 목소리에 발음마저 부정확해 듣는 것조차 쉽지 않게 만든다. 영화는 커피의 맛과 향을 이들의 대화에 빗대어 표현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커피도 감정도 모두 미지근하게 식어버려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없는 처지다.

‘커피메이트’는 플라토닉한 불륜을 매개로 두 인물이 자신의 과거를 극복해나가는 정신적 성숙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어디까지나 영화적인 표현이 뒷받침해줄 때 살아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3월 1일 개봉.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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