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아티스트’란 칭호는 누가 부여하는 걸까.
위대한 아티스트를 육성해내는 ‘손’이 따로 있다면, ‘나도 이렇게만 하면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란 공식 메뉴얼 정보를 입수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세상을 발칵 뒤집을 ‘러블리 아트버스터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감독 김경원)는 ‘아티스트 프로젝트’란 센스 있는 스토리를 통해 예술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의 날을 세운다. 우리들의 현재 삶을 되비쳐보게 하는 블랙코미디 영화로 객석에선 중간 중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2월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 CGV에서는 김경원 감독, 배우 류현경, 박정민, 문종원이 참석한 가운데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어느 날 눈을 뜨니 세상을 발칵 뒤집은 아티스트로 탄생한 지젤(류현경)과 또 다른 아티스트 재범(박정민)의 놀라운 비밀을 다룬 작품.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온 지젤은 여러 갤러리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다 한 갤러리 대표 재범의 눈에 들어 운명적인 만남을 이룬다. 재범의 도움으로 첫 전시회를 여는가 싶던 지젤은 심장이 멎어버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지젤의 그림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이를 기회라 여긴 재범은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계획해 지젤의 그림 값 높이기에 열을 쏟는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예매율 1위를 달성, 일찍이 영화팬들의 안목을 사로잡은 이 영화에서는 재범이 지젤의 작품으로 갤러리를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 현대 예술의 가치에 대한 날카로운 물음과 독창적인 위트를 내던진다. 예술계에 적용되는 아이러니한 가치인 ‘유작 프리미엄’ 에피소드는 인간의 추악한 단면인 거짓과 허세를 들추며 위트, 유머, 풍자, 해학, 반전의 재미를 두루 보인다.
‘예술’을 단순히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이 영화는 예술만이 가질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그 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이 점점 상업화되는 시장의 논리를 꼬집으며 ‘진짜’와 ‘가짜’의 구분에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의 논리도 이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으로까지 확장된다. 이 신선한 화두는 감독의 솔직한 화법으로 담겨 ‘사이다’ 같은 통쾌함으로 다가온다. ‘아트무비’가 가질 수 있는 난해함과 무거움보다 이면의 진솔함과 경쾌함으로 가득해 부담감 없이 볼 수 있다.
감독의 의도를 고스란히 전달한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도 눈여겨볼 만하다. ‘류현경X박정민’의 만남에서 오가는 ‘예술과 썸’의 다양한 감정은 전혀 이질감 없이 ‘그림 같은’ 조합을 만들어낸다. 류현경은 자신의 그림을 오롯이 그리고 싶은 아티스트 지젤을 연기하며 현실에 거듭 좌절되는 가운데 자존심은 세지만 여린 마음의 예술가를 통해 주제를 설득하고 공감을 일으킨다. 박정민은 진짜 좋은 그림을 찾아내서 성공하고 싶은 갤러리 대표 재범을 맡아 예리한 감각으로 지젤의 자질을 꿰뚫어보는 능력과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드러나는 속물적인 면모를 함께 연기한다. 두 배우는 첫 만남이 이뤄지는 ‘술집’ 장면에서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로 ‘케미’를 부각시킨다. 실제 두터운 친분이 단번에 드러나는 대목이다.
조연들의 연기 역시 극을 흥미롭게 완성시키는데 충분한 역할을 한다. 지금껏 뮤지컬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문종원은 스크린에서의 모습이 다소 낯설 수 있음에도 ‘허당 멋쟁이’ 제임스를 능청스럽고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연기해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순재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아티스트 중식으로 분해 명불허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지젤의 예술적 정체성을 찾아준다.
삶의 흔적이 예술에 담기듯, ‘예술’을 되짚어보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인간의 가치를 냉정하게 재평가한다. 스크린을 장식하는 감각적 색감의 그림들과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1악장이 어우러지는 미장센까지 오감을 만족하기 충분한 영화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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