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가 범죄인으로 취급돼 출국금지를 당한 것은 지난해 말 특검 출범 직후였다. 이들은 3개월째 발이 꽁꽁 묶여 시급한 해외출장을 포기하거나 공항에 갔다가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수모까지 당해야 했다. 대기업 회장들은 해외사업장에서 현안이 터져도 발을 동동 굴러야 했고 중국과 일본 경영자들이 미국으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다. 게다가 특검이 삼성 수사에 매달리느라 다른 대기업은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특검 내부에서도 수사기간 종료에 앞서 출국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오히려 법무부에 기간연장을 신청할 정도로 막판까지 고집을 부렸다. 이러니 특검이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기업인 군기 잡기와 과잉수사에 매달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일단 대기업이 아닌 청와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겠다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 변수가 많아 예단하기는 이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특검처럼 만만한 기업인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특검이 삼성을 본보기로 내세워 다른 기업 수사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정치적 시비에 휘말렸던 특검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시대착오적인 기업인들의 출국금지부터 서둘러 해제하는 것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뛰어야 할 기업인의 족쇄를 풀어주는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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