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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찾는 진보, 보수에 손 내밀라] 촛불시위, 새 정부에도 큰 부담된다.

활성화된 '광장정치' 여의도 뒤흔들 가능성

각성된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해야





“내가 이러려고 촛불 들고 탄핵했나. 자괴감 들고 부끄러워.”

올 연말인 2017년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 1주년 되는 날, 광화문광장에 이런 촛불이 켜질지도 모른다. 촛불시위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진보 우위 정치상황 조성의 1등 공신이지만 그 촛불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태극기집회는 진보정권이 출범하게 되면 더욱 열심히 모이고 새 정부를 비판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진보정권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촛불세력 역시 진보정권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광장의 촛불은 대한민국 대의민주주의의 실패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일반 국민들의 뜻을 의회로 가져오는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기능을 제대로 못했다. 민주적 대의 시스템으로 정당과 의회가 실패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특히 촛불광장의 기대는 한껏 달아올랐다. 우리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는 자신감도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광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촛불은 바로 새 정부로 향할 수 있다.

적폐청산도 쉽지 않다. 누가 집권해도 여소야대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가야 한다. 적폐청산의 수준이 광장이 기대하는 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과제는 더 애매하고 논쟁적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건설할 것인지’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 않다.



그렇게 기대에 못 미치면 광화문광장은 다시 촛불로 뒤덮이면서 ‘광장의 정치’가 여의도 정치를 뒤흔들 수 있다.

따라서 새 대통령에게 여야의 ‘여의도 연정’뿐만 아니라 ‘광장과의 연정’도 큰 과제다.

하지만 광장의 누구와 연정을 해야 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촛불광장의 정치세력은 매우 독특하다. 과거와는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다. 탄핵과 야권에 우호적이지만 ‘당원이나 노조원’처럼 조직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으로 매우 각성돼 있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연결된 시민’들이다.

이들의 행동양식 또한 새롭다. 자유롭고 탈권위, 탈중앙집중이다. 일방적이거나 맹목적인 것은 그 자체로 ‘적폐’로 여긴다. 그러나 야권은 아직 슬로건은 진보적이지만 행동양식은 ‘보수적’이다. 문재인 후보는 열심히 4차 산업혁명을 따라가야 한다고 하면서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 두겠다고 한다. 중앙집중이고 ‘박정희 식’이다. 광장의 행동양식과 어긋난다.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기업의 창의성 키우기, 탈규제, 탈중앙집중, 민간 중심이다.

생각은 진보적이지만 행동양식은 어쩔 수 없이 구세대 일 수밖에 없는 새 정부의 인물들과 광장이 소통하는 방식, 그 자체가 문제로 대두될 수 있는 상황이다.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은 “과거 정치동원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매주 100만명이 모인다”며 “기존 민주주의로는 한계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때 광장의 ‘각성되고 연결된 시민’들과 어떻게 연결해서 이들이 제기하는 정치적 주제들을 공유하며 정치적 의사결정을 해나갈지가 진보진영으로서 큰 숙제”라고 말했다. /안의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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