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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프리즘] ‘발연기 장인’에게...정진영· 이병헌· 유해진· 최원영이 알려주는 연기 비법

얼굴에 감정이 담기지 않은 배우를 보면 ‘도대체 뭘 이야기 하려는거지?’란 볼멘소리가 튀어나온다.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매번 똑같은 연기로 소화하는 배우들에겐 ‘발연기의 장인’ 혹은 ‘발연기 후예’란 별명이 붙여진다. 공통점은 늘 어색한 표정을 동반해 시청자들에게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하게 한다는 점.

최근엔 tvN ‘내성적인 보스’와 SBS ‘사임당’의 박혜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2년 만에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로 컴백하는 구혜선 역시 2015년 KBS2 드라마 ‘블러드’에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우 이병헌, 최원영, 정진영, 유해진/사진=올댓시네마, 사람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CJ 엔터테인먼트




한 번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면 이를 회복하기 힘든 것도 사실. 하지만 대중의 혹독한 평가를 자양분 삼아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경우도 있다. 불륜 논란의 중심에 서며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배우 김민희 역시 2002년 드라마 ‘순수의 시대’에서 첫 주연을 맡았지만 ‘발연기’ 논란에 시달렸다. 2012년 영화 ‘화차’로 연기력의 물꼬를 튼 그는 2016년 ‘아가씨’로 연기력을 제대로 인정 받았다. 또 최근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세계 3대 국제영화제(베를린, 칸, 베니스)’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연기력 논란을 완전히 잠재웠다.

연기력 논란 꼬리표를 떼고 싶은 ‘발연기 후예’라면, 전체 그림을 볼 줄 아는 배우 정진영· 이병헌· 유해진· 최원영이 작품을 대하는 자세, 연기 철학을 되새겨 들을 필요가 있겠다. 네 배우는 작품출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늘 ‘반가운 배우’라는 공통점을 지니기도 했다. ‘연기하지 말라’는 선배들의 조언이 이해가 안 되는 배우라면 더욱 귀가 솔깃할 지침서를 공개한다.

‘반가운 배우’가 되고 싶다면, 기억해야 할 4가지이다. 연기 본좌 △정진영은 “배우는 투명한 상태로 관객을 만나야 한다”, △이병헌은 “표정이 아닌 감정에 공을 들여라”, △ 유해진은 “중요한 건 밸런스...직무유기 하지 말라”, △최원영은 “배우도 ‘쓰임’이 중요...명확한 연기가 명쾌한 배우를 만들어요” 라고 언급했다.

배우 정진영/사진=서울경제 DB


배우 이병헌/사진=서울경제 DB


▶ “배우는 투명한 상태로 관객을 만나야 한다”

1989년 영화 <약속>에서 행동대장 ‘엄기탁’ 역을 맡아 대중들에게 주목 받은 배우 정진영은 “배우는 인기나 이미지로 기억되는 게 아닌, ‘투명한 상태’로 관객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우가 자기 방식대로 점검하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전한 정진영은 꾸준히 조용히 연기를 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작품 안에서 어색하게 도드라져 보이는 게 아닌 매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는 의미다.

그는 “배우라면 이런 저런 다양한 역을 소화해야 하는데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되면, 그와는 다른 역할을 맡았을 때 ‘저 사람이 저런 사람이 아닌데’란 느낌을 줘 배우에겐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고 조언했다.

▶“표정이 아닌 감정에 공을 들여라”

최근 영화 ‘싱글라이더’로 다시 한번 ‘연기의 신’(神)이란 호평을 이끌어낸 이병헌은 “연기 비법은 없다. 오로지 이 장면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우가 장면에 몰입하게 되면 거기에 맞는 표정이나 감성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 장면에선 이렇게 보여줘야지’ 이렇게 스스로 어떤 표정인지 생각하는 순간, 감정은 깨져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땐 밖으로 감정이 나오는 순간이잖아요. (내 몸) 밖에서 나와 내 표정을 보려고 한 순간, 내 감정은 깨져버리는거죠.”

이병헌의 강점은 어떤 작품을 맡아도 유연성 있게 변주를 한다는 점. 그는 초보 배우들이 범하기 쉬운 우인 ‘표정에 공을 들이는 것’이 아닌, ‘상황 속에서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전달’에 신경을 쓴다.

“인물의 감정이 왜곡되지 않게 전달 될 수 있도록 애를 쓴다”고 전한 이병헌은 “표정에 공을 들이진 않았어요. 표정만으로 의미와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긴 힘들어요. 표정은 제 의도와 다르게 왜곡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관객은 배우의 입술, 눈썹등 전체적인 어떤 기운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전달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 표정이나 감정을 보여주려고 하기보단, 이 인물이 처한 상황을 계속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제가 먼저 느껴요. 거기서 인물의 감성이나 기운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는 게 아닐까요.”



배우 유해진/사진=서울경제DB


배우 최원영/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 “중요한 건 밸런스...직무유기 하지 말라”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에 이어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배우 유해진은 “배우로서 내가 해야 할 몫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는 것.

어느 작품이나 멋져 보이는 역이 있으면, 이를 받쳐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유해진은 “배우가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야, 작품의 앙상블이 제대로 나오게 된다.”고 했다.

유해진의 강점은 정확한 타이밍에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는 점. 그래서 그의 연기는 ‘맛깔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짜거나 달지 않은 ‘간이 딱 맞는’ 연기를 내 놓는 배우이기도 하다.

“결국 작품에서 중요한 건 밸런스인 것 같아요. 어느 한 쪽이 치우치면 안 되죠. 작품의 포커스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목표지점에 가기까지 균형감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시간이 꽤 돼요.”

▶ “배우도 ’쓰임‘이 중요...명확한 연기가 명쾌한 배우를 만들어요”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화랑‘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출연하며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배우’에 걸 맞는 연기를 보여준 최원영은 “배우가 철저하고 정확하게 작가와 연출가의 의도대로 쓰여야 그림(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명쾌한 배우 최원영은 “배우들의 명확한 연기가 좋은 작품을 만든다.”고 했다.

“연기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닌 함께하는 플레이 아닌가요. 저 혼자 뭔가를 하더라도 (작품 안에서)다른 배우들이 쌓아온 서사와 맞물려야, 연기의 리액션이 나올 수 있고 앙상블이 완성 될 수 있어요.”

최원영이 작품을 대하는 자세는 ‘호기심 많은 탐구자’와 닮아있었다. 작가의 집필 의도와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색깔, 그 안의 메시지까지 큰 그림을 하나 하나 점검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님을 알게 했다.

“올곧이 제가 맡은 캐릭터 상황을 체크하는 게 아닌 큰 그림을 많이 보고자 해요. 전체 맥락에서 작가님들이 한 문장 한 문장 글을 썼을 땐, 분명 고심하고 인물과 상황을 만든 거잖아요. 배우인 전 (글에 적힌)그 이상을 해석해야죠. 이 인물이 왜 이 대사를 할까? 이 신의 목표는 왜 이게 됐을까? 이런 걸 하나 하나 찾아가다 보면, 배우가 자기 몫을 잘 해 낼 수 있어요.”

그에 따르면, 좋은 배우는 관객들에게 ‘모래알 속에 진주’로 존재했다. 수 많은 모래알 속에서 반짝이는 진주(배우)를 발견 했을 때의 기쁨은 대중들에게 신선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정진영· 이병헌· 유해진· 최원영 배우의 연기 철학을 듣다보니, 납득이 되고 공감이 가는 배우의 길은 그렇게 한 걸음 성큼 다가와 있었다. 본질을 고민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자세는 결국 관객들의 신뢰도와 호감도를 높이게 하는 비법이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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