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국적의 용의자 리정철(47)에 대한 기소를 포기하고 추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에 북한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입증하기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모하메드 아판디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국적의 리정철을 구금 기간이 끝나는 3일 석방한 뒤 추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하메드 총장은 “암살사건에서 그의 역할을 확인할 충분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유효한 여행 서류를 갖고 있지 않은 그를 석방한 뒤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리정철을 체포한 경찰은 그가 북한으로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을 도왔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해왔다. 당시 공항 CCTV에는 달아난 4명의 용의자가 리정철의 차량을 이용하는 장면이 찍혔다. 그러나 리정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량이 사라졌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당국은 살인혐의로 기소된 2명의 외국인 여성 용의자들에게 범행을 지시하거나 이들이 사용한 VX의 제조 또는 반입에 관여했는지도 추궁했으나 리정철은 부인으로 일관했다.
2주간의 구금기간 동안 구체적 개입 증거를 찾지 못하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현지 건강식품업체에 위장 취업한 리정철을 이민법 위반 혐의로 추방키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현지 소식통은 “유일한 북한국적 용의자가 추방되면 배후를 밝히는 작업이 어려워지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며 “최악에는 외국인 여성 2명만 처벌을 받고 사건이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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