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국회가 권한만 있고 책임지지 않는 것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내각제를 해야 하고, 내각제가 어렵다면 연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28일 서울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책임을 지워야 문제가 보이고, 그래야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김 교수는 “인력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된 제조업이 이제 임금이 낮은 지역에서 수요시장 가까이로 옮겨가는 식으로 글로벌 분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리도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신산업으로 자본과 노동이 흘러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진보 정치세력도 노조에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 사회 진보정치세력의 과제는
▲진보건 보수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진보는 노동세력에, 보수는 재계에 매여 있다. 자율성을 잃었다.
글로벌 분업체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미국이 무역장벽을 높인다는 것은 가시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글로벌 분업체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과거 제조업은 싼 임금을 찾아 여러 나라로 이전했다. 하지만 이제 제조업은 더 이상 사람 쓰는 산업이 아니다. 그래서 수요시장 가까이, 에너지 가격 낮은 쪽으로 옮겨간다. 미국이다. 3D프린팅으로 가능하게 된 다품종 소량생산 등 4차 산업혁명의 결과로도 그렇다. 수요시장 가까이 가야 한다. 글로벌 분업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우리 기업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신산업에 대한 비전도 없고 노동과 자본 유연성도 없다. 한진중공업과 같은 경우 문을 닫고 새 산업으로 가야 하는데 이를 막고 있다. 조선업체를 줄여야 하는데 불가능하다.
진보정권이 이를 풀어야 한다. 신산업으로 노동과 자본이 흘러들게끔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미국으로 옮겨야 할 산업을 움켜 쥐고 있다. 제조업 중심 우리 수출구조는 근본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트럼프 무역장벽이 덧붙여 지는 것이다. 중국도 ‘차이나 인사이드’ 라고 부품소재를 다 중국 안에서 조달한다고 한다. 우리 부품소재 기업도 옮길 수 밖에 없다.
=여의도 정치의 문제점은
▲이렇게 된 이유는 국회가 책임져 본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책임이 없으면 문제를 볼 수 없다. 대통령이 되면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책임지기 때문이다. 집권한다 해도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이지 집권여당이 책임 지는 것 아니다. 의원들은 권한행사만 하려 하고 책임은 안 진다.
예를 들어 일자리 부족문제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느끼는 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하고 자기들은 다 피해 나간다. 책임 안 진다.
문제가 안 보이는 집단끼리 모여서 정치하니 되는 일이 없다. 얼마나 안 보이면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로 일자리 부족문제 해결한다고 하나. 비정규직 돈 보태준다고 하고. 소득균형 맞춘다고 하고.
정치권에 책임을 지우고 물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떻게 정치권에 책임 지우나.
▲내각제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동의 안한다. 재벌구조 때문에도 걱정하는 사람 많다. 내각제가 안 되면 연정해야 한다. 연정하면 각 정당들이 좀 더 고민하는 정당이 된다. 그 때서야 문제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연정을 하면 당선만이 최선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동안 당은 문제에 대한 아무런 책임이 없고 대통령만 책임지면 된다고 봤다.
뭐든지 약속하라고 하고 문제는 보지도 않고 잘못 되면 다 대통령 잘못이라고 하고 덮어 씌우는 것이 현재의 모습니다. 이 가버넌스를 바꿔야.
=안희정의 대연정 제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정제안은 엄청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연정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립학교법에 붙들여 몇 개월 허송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상대나 우리나 비전이 없었다. 책임을 나누고 공유한다는 입장에서 연정이 맞다.
국회의원들에게 행정부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전에는 대한민국 문제가 안 풀린다.
미국은 주 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연방정부와 일종의 연정이다. 국회도 막강하다. 역시 행정부와 연정이다. /안의식 선임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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