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가 현실화되는 오는 2019년 이후 유럽연합(EU)의 미래에 대해 다섯 가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부분은 통합 수위를 지금보다 낮추는 내용으로 자국 우선주의의 물결 속에 EU의 통합이 느슨해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융커 위원장은 1일(현지시간) 오후 유럽의회에서 발표한 ‘유럽 장래에 대한 백서’에서 EU의 앞날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통화·국방·안전·조세 등 각 분야에서 원하는 회원국만 통합하는 등 회원국마다 서로 다른 상황과 속도를 인정하는 ‘다층체제’도 방안이나 회원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분야만 협력하도록 통합 분야를 줄이는 ‘제한된 협력 방안’ 등이 포함됐다. ‘단일시장체제 유지’ 방안도 회원국 간 협력을 경제·무역 부문으로 국한하고 이민·안전·국방 등 기타 부문의 협력 및 통합은 중단하는 등 협력 수위를 낮추는 내용이다.
이 밖에 현재 속도의 개혁과 성장·투자에 남은 27개국이 집중하자는 ‘현상유지’ 방안,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지만 단일통화 도입 등 통합을 강화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융커 위원장은 오는 25일 EU 60주년을 기념하는 로마 정상회의에서 논의를 시작해 연말까지 첫 결론을 내리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프랑스·독일 등의 선거일정 때문에 연말까지 본격적인 논의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영국 BBC는 “EU 창설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아 EU가 통합에서 축소로 방향전환을 시작하는 셈”이라고 평했다.
한편 이날 영국 상원은 정부가 제출한 브렉시트 발동안에 영국 내 EU 시민권자들의 거주권한을 보장하는 내용을 추가한 수정안을 가결했다. 수정 법안은 다시 하원으로 넘어가 표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는 리스본조약 50조 발동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달 말까지 조약 50조를 발동해 EU 이민자들에 대한 새 비자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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