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들 사이에 속칭 ‘양파 OK’ 규칙이라는 것이 있다. 기준타수(예컨대 파4)의 두 배 타수(8타)까지 홀을 마치지 못한다면 그 홀 스코어는 더블파(8타)까지만 적는 식이다. 일종의 우리식 로컬룰이 오는 2019년부터는 세계 공식 규칙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양대 단체인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시대의 변화에 맞춘 골프규칙 현대화 계획을 확정해 2일(한국시간) 발표했다. 데이비드 릭먼 R&A 이사는 규정 변경안에 대해 “1984년에 골프규칙이 대폭 변경된 이래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번 골프규칙 개정 방향은 경기 시간 단축과 복잡한 규정의 단순화로 요약된다. 한 라운드에 길게는 6~7시간까지 소요되며 규칙이 너무 복잡해 골퍼들이 자세히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젊은 층의 유입이 감소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먼저 ‘굼벵이 골퍼’의 경기 속도 촉진을 위한 규칙으로는 ‘40초 룰’이 새롭게 도입된다. 플레이할 순서가 됐을 때 각 스트로크를 최대 40초 이내, 일반적으로는 그보다 빠르게 하기를 권장하는 것이다. 플레이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준비된 사수’부터 샷을 하는 ‘레디 골프(Ready Golf)’도 시행된다. 현행 규칙에도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타순을 어기는 데 대한 벌타는 없으나 편의나 시간 절약을 위해 이를 긍정적으로 격려하는 내용이다. 볼을 찾는 시간도 단축돼 3분(현행 5분) 이내에 찾지 못하면 분실구 처리하게 된다.
‘양파 OK’처럼 위원회가 일부 홀에 대해 최대 스코어(예를 들어 더블파 또는 트리플보기)를 정해 제한하게 한 것도 시간 단축을 위한 규정이다. 또 플레이어가 어드레스를 했을 때 캐디가 뒤쪽에서 정렬 상태를 봐주는 모습을 주로 여자프로골프대회에서 볼 수 있는데 이것도 금지된다. 홀에 깃대가 꽂혀 있는 상태로 퍼팅할 수 있게 해 깃대를 제거할 때까지 생기는 지체도 없앤다. 이와 관련해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깃대를 퍼팅으로 맞혔을 경우의 페널티(현행 2벌타) 규정이 사라지게 된다.
규정을 단순화해 플레이어가 편하게 경기하도록 하는 규칙들도 대거 도입된다. 그린 위에서는 볼 낙하로 생긴 자국과 오래전 뚫은 홀의 자국만 수리할 수 있었으나 스파이크 자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손상을 수리해도 벌타가 없어진다. 캐디가 대신 볼을 마크하고 집어 올리는 것도 허용된다. 워터해저드 말뚝은 노란색보다 빨간색을 권장한다. 빨간색 말뚝의 경우 볼이 물에 빠진 지점 근처에서 드롭하고 치면 되기 때문에 구제 방법이 단순하다. 해저드 구역 안에서 돌멩이 같은 장애물을 접촉하거나 지면에 손이나 클럽을 댔을 때의 벌타 규정이 삭제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벙커에서도 벙커 상태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나 볼 바로 앞에서 연습스윙을 할 때만 모래에 접촉(현행 2벌타)하는 것을 금지한다. 볼을 칠 수 없는 언플레이어블 상황에서 벙커 내에서만 구제(1벌타)받던 데서 벙커 밖 후방으로 꺼내 구제(2벌타)받을 수 있는 옵션도 신설된다. 볼을 드롭할 때 높이는 현행 어깨 높이에서 지면 등으로부터 1인치(약 2.5㎝)로 완화되며 로컬 룰이 금지하지 않는 때를 제외하고는 거리측정기 사용도 허용된다.
규칙은 34개에서 24개 조항으로 감축되고 규칙책은 100개 이상의 재정(판례)을 포함한 핸드북 형태로 만들 계획이다. 양대 기구는 올 8월까지 새로운 규정에 대한 의견 수렴과 검토 과정을 거치고 내년 초 이사회 승인으로 확정한 뒤 2019년 1월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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