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엔 스마트로봇 숫자가 전 세계 인구보다 많을 겁니다. 또 컴퓨터에서 인간 뇌의 뉴런(신경세포)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 숫자는 인간 신경세포 수와 같은 300억개에 달할 겁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보다 50배 이상 똑똑한 슈퍼지능 컴퓨터가 30년 내에 나올 거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올해 MWC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사용자와 소통하는 스마트폰, 사람 일을 도와주는 로봇이 우리 삶에 곧 들어올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AI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었다. 당장 AI 로봇이 상용화될 것처럼 말하던 일부 기업의 기대감 조성은 과도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전시관 곳곳에서 손님을 응대한 소프트뱅크의 AI 로봇 ‘페퍼’는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소통 능력은 기대 이하였다.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더 크게 말해 주세요” 라거나 한참 뜸을 들이는 등 데이터 처리 속도도 기대에 못 미쳤다. 사람 동작을 먼 거리에서 인식하고 따라 하는 T모바일의 아바타 로봇도 지난 2015년 선보였던 ‘5G 로봇’을 크기만 키워놓은 듯했다. 스마트폰도 상황은 비슷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신무기로 AI 음성 비서를 내세웠지만, 아직 감동하기에는 일렀다. 한정된 언어를 지원하고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대화도 많지 않았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하게 준비하며 바쁘게 AI 시장을 만들어 가는 상황에서 아직 준비가 부족한 우리 기업들에겐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때마침 MWC에서 국내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와 최대 포털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고, 해외기업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국형 AI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AI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 기업의 전략이 겉포장에 그쳐선 안 된다. 미래를 결정지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내실 있는 성과를 내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바르셀로나=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