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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트럼프, 오바마 '방패막이'로

"오바마, 대선때 전화 도청" 주장

'러 커넥션' 분위기 반전 시도

오바마 "사찰 안했다" 강력 반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자신을 도청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러시아 내통’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방패 삼아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새벽 트위터에 “오바마가 (대선) 승리 직전 트럼프타워에서 전화를 도청했다는 것을 방금 알았다”며 “이는 매카시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민주당 선거운동 캠프를 도청하려다가 발각된 지난 1972년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의혹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도청 사실을 좋은 변호사가 입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만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가 전날 일부 극우매체 보도를 접한 뒤 도청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케빈 루이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어떤 관리도 법무부 수사에 관여하거나 미국인에 대한 사찰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트럼프가 먼지를 일으키면 대중심판의 필요성만 커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러시아 내통설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물타기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차단하고 현 정부에 남아 있는 그의 인맥을 견제하려는 카드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기관에 남아 있는 오바마 측 인사들이 자신의 직무수행을 방해한다고 믿어왔다”며 “정보유출자들에 대한 내부조사를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지난해 7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클리블랜드 숙박비가 상원 계좌가 아니라 개인 정치자금 계좌에서 빠져나갔다며 그가 트럼프 대선캠프를 대변해 러시아와 접촉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2일 기자회견에서 클리블랜드에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를 만난 것이 캠프 관계자가 아닌 상원의원 활동을 위해서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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