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권 사립대학 취업센터장 김모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로부터 사업을 따내 일자리센터를 마련했지만 막상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김 씨는 “어차피 좋은 기업에 못 간다는 패배의식이 심한 탓에 학생들 절반은 취업 외 다른 진로를 고려하는 것 같다”며 “이른바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이 적지 않아 취업 동기를 끌어올리는 상담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끝 모를 취업난에 이른바 ‘지(지방)·여(여성)·인(인문계)’ 학생의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새 학기를 맞은 캠퍼스에 신입생의 활기보다 취업준비생(취준생)의 불안감이 더욱 짙게 드리웠다고 할 정도로 취업난이 대학가를 짓누르고 있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서울 소재 대학 남녀 취업률과 지방거점국립대 취업률을 비교한 결과 취준생들 사이에 신조어로 자리잡은 ‘지여인’의 현실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소재 대학의 남학생과 여학생 취업률은 각각 69.6%와 62.7%로 7%포인트 가량 차이가 났다.
지역균형선발제 도입 등으로 비교적 취업 형편이 나은 부산대·경북대·전남대 등 9개 지방 국립대 역시 서울 소재 대학 평균보다 8%포인트 낮은 58%에 불과했다. 특히 지방거점 국립대 여학생 평균 취업률은 53%로 취업에 가장 취약한 집단에 속했다. 평균 취업률 70%를 웃도는 서울 상위권 대학과는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러한 경향이 갈수록 심해져 이른바 명문대학도 전례 없는 위기감에 빠질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연세대 재학 중인 최지민(25·여) 씨는 “같은 학과 동기라도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취업에 더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라며 “회사에서 약해 보일 수 있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영화관이나 PC방 알바 등 사람들과 직접 부딪치는 서비스직 알바를 구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취업률이 낮은 학교들은 총장과 부총장까지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오히려 각종 꼼수를 동원해 취업률 끌어올리기에만 몰두하는 관행만 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여학생 비율이 높은 서울의 S대학 관계자는 “부총장이 직접 나서서 겨우 시중은행 한 곳의 입사설명회를 유치한 뒤 체면치레했다고 자위하는 게 대학의 현주소”라며 “취업률 지표가 갈수록 떨어지자 학생들을 회유해 교수들과 친분이 있는 회사에 몇 개월만 임시로 등록해놓는 꼼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신다은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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