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였죠. 애엄마가 종이에 신혼집이랑 가구를 그리는데 저러면 안 되는데, 싶더라고요. 도면 크기에 맞게 가구를 그리지 않으면 가구 크기를 전혀 가늠을 못 하거든요. 3D로 한 번 쫙 보여 주고 싶었죠.”
하진우(35·사진) 어반베이스 대표가 아파트 평면도면을 3D로 복원해 보기로 결심한 계기다. 어반베이스는 3D 아파트 모형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직접 아파트 실내 공간을 꾸며볼 수 있는 가상현실 홈인테리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재 30여개 가구·가전 업체와 제휴를 맺고 3,000여개의 가구를 VR 서비스에 등록한 상태다.
핵심기술은 2D 도면을 1~2초 만에 3D 모델로 구현하는 ‘평면도면 자동인식’. 도면이 그려진 그림파일을 얹어놓으면 프로그램이 미리 입력된 건축법규와 그간 학습한 건축도면 정보에 따라 3D 입체도로 복원해 낸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아파트 내부 면적을 계산한 후 벽지, 바닥재가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곧바로 산출해 준다. 소비자들에게 덤핑 견적서를 안기던 인테리어업계 관행을 개선해 줄 수 있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주역은 학사장교 군대 동기 넷. 건축학과 출신인 하 대표와 엔지니어 이경우 CTO가 기술 개발을 맡고, 산업행정학과 출신의 김덕중 COO는 관리와 행정을,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오세준 CSO는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사업화 과정은 험난했다. 창업을 시작한 2013년 초부터 1년간 어반베이스는 4명의 창업주 개인 자본으로만 운영됐다. 2014년 기술 베타 버전이 나오고 나서야 투자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첫 애가 태어날 때까지 집에 돈을 계속 못 갖다 줬거든요. 한 번은 집에 갔더니 아내가 돈은 언제 버냐고 울면서 얘기하더라구요. 그 때 ‘사업 포기하고 다시 취업자리에 나가야 하나’ 싶었죠.”
스타트업 창업자가 져야 할 리스크는 도처에 있다. 설립 5년 이하 신생기업은 2016년부터 공공기금 대출에서 연대 보증제를 면제 받지만, 2013년에 설립된 어반베이스는 연대 보증제를 고스란히 적용받았다. 높은 법인세도 부담이었다. 법인 크기와 상관없이 법인세가 세율이 일괄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벤처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웠다.
힘들지만 하 대표를 견디게 해 준 건 스스로가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이다.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2D 도면 인식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베타 버전까지 만들어지자 사업에 조금씩 확신을 갖게 됐다.
“그 시절엔 ‘조금만 더’라는 말 하나만 붙들고 버텼어요. 팔굽혀펴기도 그렇잖아요. 10개밖에 못 하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여기까지 와 있더라고요.”
어반베이스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장기적으로는 건축시장과 연동시켜 인부 인건비까지 견적을 미리 내 볼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원래 모든 남자들 마음 속엔 슈퍼맨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이랄까. 그 열망이 저흴 여기까지 오게 했죠.”
/하정연·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